해외선 자율규제 공조체제로 질주…그나마 규제 샌드박스로 숨통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규제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나라는 혁신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섬'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차공유(카풀)를 위시한 모빌리티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막대한 운송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만큼 혁신 산업의 손꼽히는 먹거리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운송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이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카풀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카카오T 카풀'은 최근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에 사업을 중단했다.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카풀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정부가 관련 규제를 손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시작해 동남아 지역으로 뻗어가고 있는 현지 모빌리티 업체 그랩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장악한 뒤 그랩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젝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랩과 고젝은 50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한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싱가포르도 그랩이 일상이 된지 오래인데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수준은 동남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꼴찌 수준"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있어도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규제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4차산업혁명의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각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잇는 가상통화 거래소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스위스, 싱가포르처럼 가상통화공개(ICO) 가이드라인이 공개되거나 일본처럼 금융청(FSA)와 업계의 자율규제가 공조를 이루는 체제는 찾아볼 수 없다. 가상통화 시장을 투기로만 바라보며 어떤 영역의 사업인지, 어느 규제를 따라야할지 정부가 수년째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모든 것이 검토된 뒤 규제를 풀어주기 보다는 실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실증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이 같은 규제 샌드박스를 시작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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