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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늦봄

최종수정 2019.01.18 09:12 기사입력 2019.01.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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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그는 1918년 6월 1일 만주 북간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목사로 살다 죽었다. 뛰어난 신학자이자 시인이었으며 사회의 큰어른이기도 했다.

만주의 한인들이 세운 명동소학교와 은진중학교를 거쳐 평양의 숭실중학교, 북간도의 용정광명학교를 다녔다. 숭실중학교에 다니던 1932년 신사참배를 거부해 중퇴했고 1943년 만주 봉천신학교 재학 중에는 학병을 거부했다. 1947년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톤신학교에 유학, 신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여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 한빛교회 목사로 일하면서 한국신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한민족문화대백과)

개신교와 천주교가 공동으로 번역한 성서의 구약 번역책임자로 8년 동안 일하였다. 이때까지가 그의 인생에서 그나마 평온한 시기였다. 그는 1976년 3월 '3ㆍ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되어 22개월 만에 출옥한 뒤 1978년 10월 유신헌법을 비판해 다시 수감되었다. 1980년 5월엔 '내란예비음모죄'로 투옥되는 등 1993년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여섯 번이나 투옥되었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

그의 이름은 투쟁, 희생, 수난과 같은 낱말과 더불어 기억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에 합당한 낱말을 하나만 고르라면 '숭고'일 수밖에 없다. 숭고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일깨우는 대상'(칸트)이다. "전율에까지 이르는 아픔과 환희에까지 이르는 기쁨이 혼합된 감정"이며, "우리의 이성의 자유에 대한 의식"(실러)에서 기인하는 감정이다. 정신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는 대상을 숭고한 대상이라 부른다. (칸트 '판단력 비판' 해제)

뛰어난 시인이었던 그의 작품은 우리 가슴을 적신다. 특히 요즈음, 특히 이런 시.
"이게 누구 손이지/어두움 속에서 더듬더듬/손이 손을 잡는다/잡히는 손이 잡는 손을 믿는다/잡는 손이 잡히는 손을 믿는다/두 손바닥은 따뜻하다/인정이 오가며/마음이 마음을 믿는다/깜깜하던 마음들에 이슬 맺히며/내일이 밝아 온다" (손바닥 믿음)

또한 시와 시인을 바라보는 그의 안목은 멋 삼아 남의 글을 헤집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리의 낯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는 절친이기도 했던 윤동주를 말하되 다음과 같이 하였다.

"그가 시를 쓴다고 야단스레 설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그는 사상이 능금처럼 익기를 기다려서 부끄러워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양 쉽게 시를 썼다. (중략) 그는 사상이 무르익기 전에 시를 생각하지 않았고, 시가 성숙하기 전에 붓을 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 한 수가 씌어지기까지 그는 남모르는 땀을 흘리기도 했으련만, 그가 시를 쓰는 것은 그렇게도 쉽게 보였던 것이다."(윤동주 전 시집)

짐작했겠지만 목사요 시인이며 신학자였던 어른의 이름은 1994년 오늘 세상을 떠난 늦봄 문익환이다. 서거 25주기인 18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그의 방북 3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묘역에서는 추모예배도 한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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