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신대륙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하기 전까지 북반구 사람들은 '백조는 하얗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이 본 모든 백조들은 하얀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되면서 그러한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백조를 아무리 여러 번 봤다고 해서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상식들이 과연 미래에도 여전히 상식으로 존재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는 베스트 셀러에서 블랙스완에 대비하는 바람직한 태도와 철학을 제안한 바 있다. '안티프래질'은 프래질(fragile) 즉 '깨지기 쉬운'과 반대되는 의미로, 단순히 강한 것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충격으로부터 오히려 혜택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래에 닥칠 충격인 블랙스완은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어차피 맞추지도 못할 예측을 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안티프래질한 특성을 만들어 변화를 즐기자는 것이다. 어설픈 합리주의, 어설픈 통제, 어설픈 규제를 버리고 옛 사람들과 자연을 본받아 블랙스완과 함께 살자는 것이다. 합리적인 예측, 현상을 이해했다는 착각, 안정을 추구하는 태도가 오히려 우리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행기 사고들은 안전 시스템을 더욱 향상시켜 이후 더 많은 사람의 안전에 기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원자로의 문제를 깨닫고 더 큰 재앙에 대비하도록 해주었다. 기술이 있는 장인과 프리랜서들은 소득이 불안정하지만, 그 무작위성 덕분에 안티프래질하다. 그들은 작은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배우면서 힘을 기르게 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회사원은 그렇지 못하다. 인사팀 통지 한 번에 소득이 제로가 되는 끔찍한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사회 경제정책에서 중간 계층에 특권을 주면 결과적으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라리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게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도록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블랙스완의 시대에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회 최약자만을 보호하는 바벨 전략이 블랙스완과 함께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하루아침에 길바닥 나앉은 2000명…日서 난리난 회...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