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있는 대주주 견제는 환영하지만…관치논란 재연 우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장 밖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피해 직원출입구로 들어와 회의를 주재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유제훈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칼ㆍ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영 간섭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이 외부 입김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연금은 16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운용위)를 열고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검토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첫 사례이다.
A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가 회사의 미래 발전을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만으로 경영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기업 경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기업 경영 간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ㆍ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개편해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에 대해 경영 간섭을 하기 보다 문제가 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주의 기본 목적은 이익실현인 만큼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지만, 기업의 건실한 성장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성도 보장돼야 한단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한진그룹이 시범케이스이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 확대에 대해 과도한 관치가 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 토론회에서 "경영자의 자격을 규율한다는 자체가 문제적 발상"이라며 "형법상 처벌해야 한다면 처벌하면 되지, 범죄를 이유로 재산을 뺏거나 경영권을 뺏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전체주의적ㆍ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진퇴를 거론하는 것은 기업을 국유,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ㆍ관리할 수 없다는 헌법 제126조에 반(反)할 소지가 크다"며 "오히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한도를 5%로 제한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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