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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낡디 낡은 '합산규제' 또 꺼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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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송업계 공룡들 시장점유율 제한 없애고 M&A로 시장 재편
한국은 90년대 만든 제도, 점유율 상한제 재도입 움직임


국회, 낡디 낡은 '합산규제' 또 꺼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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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넷플릭스가 세계 미디어시장을 휩쓸며 콘텐츠 경쟁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지만 국내 유료방송 업계는 해묵은 시장점유율 33% 상한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회가 기업의 점유율 총합을 규제하는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규제 완화라는 세계적 흐름과는 반대로 시장을 옥죄는 퇴행적 모습이라는 점에서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2일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제2법안소위)를 열고 지난해 일몰된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을 심사한다.

합산규제는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현행 방송법에도 케이블방송과 IPTV는 시장 점유율 33%를 넘을 수 없도록 사전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 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글로벌 통신ㆍ방송시장이 급변하면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도 오히려 우리는 거꾸로 간다는 절박함에서다.
◆유료방송시장 성장 가로막는 33% 규제, 어디에 근거하나=유료방송시장 규제의 근간은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에서 기인한다. 당시 방송의 개념은 시청각 자료의 일방적 단방향 전송이었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공익적 측면을 강조해 강력한 규제가 도입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단방향이었던 방송은 방송사와 시청자가 서로 주고 받는 쌍방향 서비스로 발전했다. 통신과 방송의 구분도 사라졌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케이블TV, IPTV와 TV 화면을 놓고 다투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이동통신과 인터넷, IPTV까지 결합해 판매하는 결합상품이 일반화되면서 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TV에서 IPTV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료방송 대신 OTT를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때문에 과거와 달리 33%의 시장점유율 규제는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경제연구본부 통신정책연구그룹 박연진 연구원은 방송시장 정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방송은 방송 서비스와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과거 공익성에 주안했던 방송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공익을 달성할 수 있어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고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 재편 가로막는 합산규제=유료방송 사업자 중 케이블TV와 IPTV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곳은 없다. KT만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하며 IPTV와 위성방송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KT만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30.86%까지 상승하게 돼 점유율 상한선 제한을 받게 된다. 결국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추진 중인 딜라이브 인수도 자동 무산된다. 딜라이브 가입자를 더할 경우 KT그룹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37.31%에 달해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KT 관계자는 "점유율 상한선 규제는 혁신을 통한 경쟁을 소멸시키는 행위"라며 "넷플릭스 등의 OTT가 유료방송시장을 위협하며 플랫폼 사업자들도 대형화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된다는 정부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장은 수차례 넷플릭스의 지배력 확대를 경계하며 국내 사업자들이 이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유료방송시장에 대해선 규제 일변도, OTT시장에 대해선 시장 성장을 강조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해 "시장점유율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2009년에 점유율 상한 규제 폐지…방송시장 지각 변동=한때 미국도 유선방송 사업자들의 점유율 상한선을 30%로 규제한 적이 있다. 2009년 미국 유선방송사업자 컴캐스트는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점유율 상한 30% 규제를 폐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FCC는 컴캐스트가 유선방송 가입자를 30% 이상 점유할 경우 경쟁이 줄어들고 프로그램 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맞섰지만 미국 순회법원은 FCC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가입자 제한 규제가 자의적, 변칙적이라고 판단했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 유료방송시장은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2위 통신 업체 AT&T는 미디어시장 3위 업체 타임워너를 합병했고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했다. 컴캐스트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를 인수했다.

케이블방송 업계 관계자는 "과거 IPTV 서비스 시작 전 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 상한 규제를 없앴다면 미국처럼 케이블방송 역시 유료방송시장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을 것"이라며 "방송산업 진흥, 경제적 성장, 고용창출 등 사회 전반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점유율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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