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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최근에 알아"…심석희, 폐쇄적 구조서 '미투' 외치기까지

최종수정 2019.01.09 16:03 기사입력 2019.01.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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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지도자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체육계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의 확산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법조계를 시작으로 미투 열풍이 불었으나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 흐름이 스포츠 분야까지 번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폐쇄적인 합숙 문화와 위계질서가 강한 체육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선수생활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짧고 생계를 위한 대안이 마땅치 않으며, 대회 성적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 구조 속에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이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성폭행의 사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하겠지만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심석희의 폭로는 그 자체로 엄청난 고민과 용기 끝에 내린 결단일 것이다. 심석희 측 관계자는 "선수의 가족들도 최근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심석희의 변호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범죄행위의 피해사실이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나 두려웠고,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심석희가)최근까지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왔다"고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지금도 세계 정상의 실력을 갖춘 그가 이처럼 말 못할 상처를 참고 견뎌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도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심석희 변호인 측은 "(심석희가)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9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9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심석희의 폭로를 계기로 체육계에서 은폐됐을지 모를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 2차관은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한 정책 담당자로서 선수와 그 가족, 국민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그동안 정부와 체육계가 성폭력 사태 예방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그동안 (성)폭력, 금전 비리 등 체육계 비리 근절을 목표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대한체육회를 통해 2년 주기로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성폭력 등 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했다.

노 차관은 "체육계가 워낙 폐쇄적이고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구조라 선수들이 인생을 걸지 않고서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며 "성폭력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체육계가 아닌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현직 선수는 물론 피해를 입은 선수들이 용기를 내서 문체부나 언론에 제보한다면 그 내용까지 포함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에 상응하는 확실한 보호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체육계 미투'는 이대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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