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겨울은 '삼한사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3일 춥고, 4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입니다. '삼한사온'에 빚대어 만들어진 말인데 요즘은 마치 이 4자성어가 원래부터 있던 말인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체감온도는 기온 외 바람이나 습도, 햇볕에 따라 추위나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 추위와 더위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온도를 말합니다.
미국의 한 탐험가는 남극을 여섯 번이나 정복하면서 실제 기온보다 훨씬 더 추운 상황에 대해 별도의 온도로 측정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이에 그는 체감온도를 구하는 식을 만들었고, 그 공식은 차츰 발전해 오늘날 '체감온도 계산표'로 완성됐다고 합니다.
'JAG/IT' 모델이라고 하는 이 계산식은 성인 12명의 코와 턱, 이마와 뺨 등 신체 일부분에 온도를 재는 센서를 부착한 뒤 기온과 바람의 속도 등을 달리 했을 때 피부의 온도와 열이 얼마나 손실 됐는지를 측정한 평균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온과 풍속, 복사량 등을 종합해 계산하는 만큼 계산식이 복잡합니다. 직접 계산하기보다 표에 대입하면 기온과 풍속에 따른 체감온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온이 0℃이고, 풍속이 6m/s라면 체감온도는 영하 9℃까지 내려갑니다. 기온이 영하 10℃이고, 풍속이 10m/s라면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8℃나 됩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체감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바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기온이 영상일 때도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질 수가 있는 것이지요.
기상청은 체감온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 위험을 알리고 있습니다. '관심(-10℃ 이상)', '주의(-25℃~-10℃ 미만)', '경고(-45℃~-25℃ 미만)', '위험(-45℃ 미만)'으로 나누는데 관심 단계에서는 긴 옷이나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하고, 주의 단계에서는 노출된 피부에 찬 기운이 느껴지고 보호장구 없이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경고 단계부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10~15분 정도만 대기에 피부가 노출되어도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마지막 위험 단계에서는 야외활동 자체를 금지해야 합니다. 피부가 노출되면 바로 얼게되는 만큼 실내에서 머물러야 합니다. 영하 20℃에 초속 12m의 강풍이 불 때 체감온도는 영하 45℃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체감온도가 낮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경고단계만 해도 충분히 위험한 단계입니다. 경고단계 정도가 아니라면 적절한 야외활동은 필수적입니다. 추위가 지속되면 대부분 실내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는데 관심·주의단계에서는 햇빛을 쬐면서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가끔 TV에 나오는 국군 장병들의 알통구보나 한겨울 전투수영을 대비없이 따라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추위에 피부를 노출시키면 위험합니다. 국군 장병들도 매일 알통구보나 전투수영을 하지는 않습니다. 적절한 기온에서 신체가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시도하는 것이지요.
시베리아 벌판의 도시 러시아의 야쿠츠크에는 22만여 명이 살고 있는데 이 도시의 최저기온은 영하 64.4℃, 1월 평균기온이 영하 43℃라고 합니다. 이 곳 주민들은 1월에 외출하면 콧물이 얼어 고드름처럼 매달릴 정도지만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야쿠츠크처럼 엄청나게 추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체감온도가 아닌 '엄한지수'를 별도로 알려준다고 합니다. 각 나라, 도시마다 기후나 생활습관에 따라 체감온도를 다르게 계산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위험단계는 야쿠츠크 주민들에게는 어쩌면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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