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쏟아지는 신조어
혐오표현·차별적 의미 담은 신조어도 多
“자연스러운 현상” vs “갈등 촉발 매개체”
전문가 “사회의 대표적 갈등과 정서 반영”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도대체 무슨 말인지…”
경기 수원시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는 이명수씨(30·가명)는 신조어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반 학생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조어를 써가며 대화를 하는데, 뜻을 알고 보니 혐오 표현이나 차별의 의미를 담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편을 갈라 서로를 ‘냄져(남자를 비하하는 표현)’, ‘꼴페미(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말)’ 등으로 부르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급우를 ‘진짜’라는 일본어인 ‘혼모노(ほんもの·대중문화에 심취한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라며 놀리기도 한다. 이씨는 “뜻이 좋지 않은 신조어를 최대한 순화해 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번 새로운 말이 생기는 탓에 신조어를 달달 외워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신조어는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의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멸시의 의미를 담아 ‘XX충(벌레)’이라거나 노인을 두고 ‘틀딱(틀니+딱딱의 합성어)’이라 조롱하는 식이다. 사교적이고 무리에 잘 적응하는 인간상을 뜻하는 신조어 ‘인싸(insider·인사이더)’는 혐오 표현은 아니지만 주류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소외된다는 점에서 선입견을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말 나온 신조어 ‘빚투(빚+미투의 합성어)’는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무분별한 신조어라는 비판도 받았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세대나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그 사회의 대표적 갈등이나 정서를 반영하기 마련”이라며 “과격하고 차별적인 표현의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예”라고 분석했다.
신조어가 세대 간 소통을 방해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심지어 같은 세대라도 신조어에 익숙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서로를 배제하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선 교사가 알아듣지 못하게 하려고 신조어를 사용하는 등 특정인을 소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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