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피의자 B군이 숨진 피해학생 A군의 패딩점퍼를 입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피의자 B군이 숨진 피해학생 A군의 패딩점퍼를 입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인천 중학생 추락사 등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미성년자 처벌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년법의 취지가 처벌 보다는 교화에 있어 처벌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주장과 처벌을 통한 단죄가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권위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촉법소년의 범죄 비율이 실제로는 낮다”며 “대검찰청의 최근 10년간 소년범죄 연령별 현황을 보면 16∼18세 소년범 비율은 지속해서 높게 나타났지만 14세 미만 소년범은 2016년 기준 전체 소년범죄의 약 0.1%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07년 가입국들에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해 12세 미만인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12세로 높일 것을 장려했다”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구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최단기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문제는 지속해서 터져 나오는 청소년 강력 범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년법 취지의 교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 범죄자 수는 지난 2007년 88,104명에서 2016년 76,000명으로 감소했으나, 청소년 강력범죄는 같은 기간 1928명에서 3343명으로 늘어났다. 또 청소년 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은 약 4.4%로 전체 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1.6%)의 4배에 달한다.


앞서 지난 11월 인천에서 한 중학생이 또래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A(14) 군은 앞서 공원에 끌려가 코피를 흘릴 정도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A 군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에 피가 묻은 것을 본 B 군 등은 옷을 벗으라고 한 뒤 불로 태우기까지 했다. 사실상 범죄 증거인멸이었다.


그런가 하면 가해자 중 1명은 숨진 A 군의 패딩 점퍼를 입고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인면수심의 모습을 보여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7월에는 8명의 10대가 다른 10대 여고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이른바 ‘관악산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들은 서울 노원구 한 노래방에서 1시간 반 동안 무차별 폭행을 하고 관악산까지 피해자를 끌고 가 다시 집단 폭행했다. 당시 이들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5시간 동안 피해자를 폭행하고 성추행했다.


잔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이 미성년자 처벌 강화 촉구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은 29만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 사건,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등을 예로 들며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청원했다. 지난 10월에는 청소년 범죄로 17살 조카를 잃었다는 청원이 올라와 20만2646명이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9월 청원 답변에서 “통상의 경우 형사 정책학에서 입증된 것인데,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범죄가 주느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조 수석은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라며 “죄질이 낮다면 수강명령을 내리거나 보호관찰을 한다거나 여러 방식으로 이 친구들이 감옥에 안 가고도 교화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통상 감옥에 보내는 것만 자꾸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교화’에 맞춰진 소년법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반면, 범죄심리학자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며 “교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결국 유영철을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피눈물도 생각해야 한다”며 “21세기 범죄 대응은 단연코 강한 처벌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지난 9월 KBS 1TV ‘토론쇼, 시민의회’에 출연해 “경찰청 통계 자료를 보면 만 14세 미만의 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미성년자들이 소년법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13세부터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소년법 덕분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려 31건의 소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년법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 8월 국회와 협력해 현행법상 처벌 가능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률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