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최저임금법 개정안 반박 성명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안하늘 기자]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5700만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초유의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고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10.9% 오르면 평균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는 고임금 근로자 상당수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범법자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이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최저임금 산정 체계나 법적 유급주휴 제도의 현실을 정부가 외면한 채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실제 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해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 현대모비스의 사례는 전방위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자동차 직원 8200여명의 시급도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유급휴일은 노사 간 합의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어렵다.
정부와 재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또 다른 대목은 고질적으로 굳어진 우리나라 기업의 최저임금 체계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이다. 고용노동부는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이나 기타 수당이 많은 임금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상여금을 격월로 주다가 매달 주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수다.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노동 부문 패러다임 전환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2년 사이 최저임금이 29.1%나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인력의 고용이 감소하는 등 고용 참사가 발생했다"며 "예상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올해 10.6%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0.5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차상위, 차차상위 소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했음에도 근로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규직은 오히려 소득이 증가한 반면 하위 60%까지는 근로시간이 줄어 실질처분가능 소득이 깎였다"며 "소득 격차 지표인 5분위 배율은 2007년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는 고연봉 근로자마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촌극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기업과 기관이 임금총액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대신 연봉은 월 기본급의 20배 이상인 기형적 최저임금 산정 체계를 활용하고 있어서다. 선진 외국 기업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시간외 근무수당+성과급'으로 단순 구조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본급 이외에 상여금, 시간외 근무수당, 연월차 수당, 성과급, 급식비, 교통비 등을 복잡하게 얹는 구조다.
일례로 최저임금 시급이 1000원 인상되면 다른 임금 항목에 대한 나비효과까지 더해져 연봉은 400만원 인상되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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