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탁류청론] 대부업 최고금리 탄력적으로 결정해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자율상한제란 대출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이자율상한제하에서 최고금리는 인하돼왔다. 등록 대부업법 제정 당시의 연 66%가 2007년 연 49%로 큰 폭으로 인하된 후 2010년 연 44%, 2011년 연 39%, 2014년 연 34.9%, 2016년 연 27.9% 등 5%포인트 정도 단계적으로 인하돼왔다가 지난 2월 다시 연 24%까지 내려왔다.

서민을 위한다는 이자율상한제 강화에 대해서는 이론적 분석이나 글로벌 경험적 사례 등을 통해 서민경제에 부정적 견해가 크다. 먼저 이론적으로 이자율상한제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업보다 소액 대부업의 자금공급 축소에 따른 금융소외 심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암시장에서 형성되는 불법 금리의 경우 균형금리보다 월등히 높아지게 되면서 여러 문제점을 자아낸다.
경험적으로도 이론적 분석에서 제시된 가격 왜곡 현상, 가계 건전성 악화, 경제 부정적 영향 등의 부작용이 검증되고 있다. 사회적ㆍ문화적으로 이자율상한제가 존재하는 프랑스의 경험을 보면 소비자가 지급하는 가격에 구조적 왜곡이 나타나면서 실질적으로 저소득 소비자들은 높은 비용을 치를 뿐만 아니라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금융소외를 당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일본도 금융 양극화 심화와 정치ㆍ사회적 우경화가 일어나는 한편 소비 감소로 인해 경제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영국 등은 최고금리 설정에 앞서 다양한 부작용을 우려해 적극적 시행을 주저하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CGAP(The Consultative Group to Assist the Poor)에서도 최고금리가 오히려 빈곤층 및 그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무리한 최고금리 설정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잇따른 큰 폭의 최고금리 인하 이후 소액 대부시장의 위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규 대부업자 중 3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약 88%에 이르는 등 영세 대부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대부업체들은 급격한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손비용을 낮추기 위해 저신용자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월 대부업 대출승인율은 13.1%로 대부업 대출이 필요한 사람 중 87%가 대출 기회마저 상실되고 있다. 올해 신규 대출자 수는 저신용자의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년에 비해 약 25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합법 대부업에서 퇴출되는 서민은 곧바로 고리의 불법 사금융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최고금리 인하에도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이 위축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저금리에 따른 조달금리가 인하되고, 경기 장기침체하에서 서민의 자금수요가 커져 대부업체들이 선별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016년 말 미국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주요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형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액 대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고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책당국 등의 일방적 결정으로 내리기만 한 최고금리도 경제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고금리 결정 방법이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시한다. 남아공 정부는 최고금리 수준에 대한 문제점이 커지자 NCA(National Credit Act)를 제정(2007년 시행)해 가격 투명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이자율상한제 제도를 개선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남아공 상무성(DTI)은 다양한 금융전문가와 업계 사람들로 구성된 협의체(NCRㆍNational Credit Regulators)를 구성하고 있다. NCR는 신용이용성, 가격과 시장의 여건, 실행과 추세, 신용산업의 경쟁도, 중소기업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신용접근도 등을 포함한 신용산업 전반에 대해 관측하고 조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상무성은 남아공 최고금리를 NCR와의 협의를 통해 경제적 여건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비록 먼 나라의 제도이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다.

박덕배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