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로 주 수익원 바꿔…해외 자본 영향도 무시 못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카카오의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카카오T 카풀'의 정식 출시가 기약없이 미뤄졌다. 카카오의 출시 강행에 택시업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한 택시기사는 카풀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뒤 사망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부랴부랴 출시를 미뤘지만, 이미 이들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굳이 카풀 출시를 강행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수익모델을 마련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카오가 다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택시 자체는 지난 2015년에 출시했지만 무료로 운영돼 카카오가 챙기는 수익은 없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163억 원, 영업손실 105억원을 냈다. 지난 5월에서야 첫 일반인 대상 유료 서비스인 '스마트호출'로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택시기사들 사이로 '탈(脫) 카카오' 바람이 불고 있어 이 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카카오를 벗어난 택시기사들은 경쟁 서비스인 T맵서비스로 몰렸다. T맵택시의 가입 운전기사수는 기존 3만명에서 최근 10만20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의 전체 택시기사 8만3000명 중 이미 4만5000명이 T맵택시에 가입했을 정도다. 호출건수도 10배, 평균배차성공률도 3배로 뛰었다.
때문에 카카오 측은 택시기사들의 이탈이 치명적인 만큼 카풀 중심으로 수익모델을 재편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서 카풀 출시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연시 '택시대란'을 카풀로 해소할 경우 향후 카카오 중심의 카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골든 타임'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출범 당시부터 해외 사모펀드가 참여한 만큼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시키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TPG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30.3%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나머지 지분 70% 가량을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자금이 들어간 이상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택시기사 이탈로 기존 수익모델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카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명운을 건 사업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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