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글 어스 스튜디오'를 검색해 보자. 예전에는 헬기를 띄워야만 가능했던, 요즘에도 드론이 필요했던 항공 비행 영상을 위성 사진으로 3D 이미지화해 만들어 준다. 초고화질 실사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드라마나 교육 프로그램의 인트로 등에는 얼마든지 무료로 활용 가능하다. 기술은 영상의 진입 장벽을 글쓰기의 수고 이하로 낮춘다. 포토샵 보정도 한때는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되니 파일 저장하듯 할 수 있다.
방송사는 지난 20년간 신문잡지산업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력의 차이로 신문이 사라지지는 않은 것처럼, 방송사의 프로듀싱 능력은 쉽게 넘볼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공들인 프로들의 프로를 유튜버가 따라하기 쉬울 리 없다.
10년 전만 해도 블로거가 세상을 바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의미 있는 취재는 대개 프로의 몫이었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취재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활약할 수 있는 장이 늘어났다. 하지만 방송사는 신문사가 취재와 편집의 두 기둥 중 편집을 포털 등 플랫폼에 내어준 이후의 일을 알고 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광고를 포함한 수익 사업은 그 편집의 힘에서 나오기에 편성을 잃으면 취재 콘텐츠를 개별 판매하는 CP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이미 그 편성의 힘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유튜버가 공중파 방송인보다 더 유명하다. 특정 연령대의 일인가 싶었는데, 방송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유튜브로 노인들도 몰린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자체 편성의 시대라서다. 스마트폰은 TV와 달리 휴대할 수 있고 개인용이다. 가처분 시간 쟁탈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화면이 작고 시청 시간의 단위가 짧다 보니 콘텐츠의 퀄리티는 자극적 내용에 의해 무마될 수 있다. 기술 혁신 덕에 이제 영상은 문자보다 생산과 소비의 문턱이 더 낮은 정보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포털에 왜 편집을 그렇게 했냐고 따져보기라도 했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기계가 독자의 취향에 맞게 추천하고 관련 영상을 배열한 것뿐이니 따질 일도 없다. 내 첫페이지의 수준은 그저 내 수준에 불과하니까. 귀찮게 문자를 뇌에서 해석할 필요도 없다. 신구술시대는 이렇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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