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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강북 되살리기와 콤팩트시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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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20대 직원 A씨는 서울 외곽에 산다. 회사가 있는 대청역까지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집과 회사를 오가는 데 쓰는 시간은 하루에 대략 4시간. 새벽에 나와서 퇴근 후 밥 먹고 나면 TV 볼 시간도 별로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고 뭐고는 잊은 지 오래다. 그나마 주 52시간 근로제가 지켜지는 요즘은 한결 낫단다. 시간이 돈이고 여유인데, 사는 곳 위치가 안 받쳐주니 서울 입성만을 고대하고 있다. 예전 서양에선 성(城) 안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부르주아지(Bourgeoisie)라 했다는데, 오늘날 '서울러'와 비교하면 비약일까?

1908년 10월 헨리 포드가 T 모델 자동차를 생산하고 1000만번째 T가 출시되기까지는 1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916년에 제정된 뉴욕의 용도지역제는 도시에서는 직장과 주거를 분리한다는 원칙에 기반을 뒀고, 이후 많은 도시가 따라 하는 정책이 됐다. 자동차의 대중화와 직주분리 지향의 도시 정책은 당연히 넓은 도시, 큰 도시를 양산했고 20세기 도시들은 그렇게 커졌다. 1970년대 초 전 세계에 30여개에 불과했던 인구 100만명의 메가시티가 요새는 서울-베이징-도쿄 축 사이에만 70개가 넘고 지구촌에는 20개 이상의 1000만 도시가 있다.
도시가 커져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좋아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가 커질수록 도시 내 불균형은 더 심화된다. 런던에도 템스강을 경계로 강남ㆍ북의 차이가 있고 뉴욕에도 맨해튼과 그 외 지역의 서비스 격차가 크다. 50여년 전 과수원, 뽕밭이던 곳에 들어선 서울의 강남은 이제 강북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됐다. 예를 들어보자. 강남에 위치한 K자치구의 사업체 수는 강북에 있는 또 다른 K구의 네 배에 달한다. 두 구의 일자리 수 격차는 열 배도 넘는다. 큰 기업들이 강남에 몰려 있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두 K구의 차이는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상 수도 10배 이상 차이가 나고, 도서관 좌석 수마저 2배 차이가 난다. 이 밖에 주요 대학 합격자 수라든지 경제, 의료, 교통, 교육, 문화 등 여러 차이가 있음을, 그것도 크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 강남 아파트로 이주했던 혹은 이주해야 했던 사람들은 간장독, 김칫독 놓아둘 곳 없고 마당 한 평 없는 곳이 도대체 집이냐고 불평했다. 집도 아닌 것들이 잔뜩 모여 있던 벌판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모두가 살고 싶은 곳이 돼버렸다, 오백 년 도읍지가 쇠퇴하는 동안에. 이제 강남 개발 두 세대를 바라보며 정책을 가다듬을 때다. 그때 보냈던 학교와 관공서를 다시 강북으로 불러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더 이상 두 개의 더 다른 도시가 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는 시점이다.

고령화와 인구 정체가 함께 몰려오는 지금은 또 다른 기회다. 우리 도시는 불균형과 비대화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Reinventer Paris' 'One New York' 등은 서구의 대도시들이 21세기 상황에서 도시 문제를 풀려는 몸부림이자 절실한 노력들이다. 강남ㆍ북의 불균형은 다른 여러 것보다 인프라의 불균형이 원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빈집만 10만가구인 서울에 아직도 유휴지가 꽤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면, 서울 나름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서울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외에도 개발유보지를 많이 갖고 있는 도시이고 그중 상당수는 강북에 있다. 이미 고밀 도시지만 급속한 개발로 빈틈도 많은 도시가 서울이다. 이 빈틈을 새롭게 채워주는 것이 서울을 21세기형 콤팩트시티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각종 문화, 교통, 생활 편의 인프라와 주거가 함께 어우러지는 콤팩트시티 서울, 강북 되살리기에 해답이 있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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