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주도서 사상 첫 남북예술제 열린다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다음달 30일부터 한 달 여간 제주에서 첫 남북예술제가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경우 유력한 정상회담 후보지로 꼽히는 제주에서 이뤄지는 남북 문화 교류가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 국면을 타개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6일 남북 교류사업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원형준(42)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김송미(33)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 대리인 및 베이징만수대국제문화교류유한공사 총경리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소식통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원 감독은 최근 북한 당국으로부터 앞서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 최종 승인을 전달받았다"며 "통일부는 남북 간 합의서와 회신 등 필요 요건을 다 갖췄기에 구두 승인을 했다. 협력승인사업으로 북측 인사의 방남 허가 절차 등을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내부 검토 이후 다음달 중순 이전에 최종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 첫 남북예술제를 '평화의 바람, 백두에서 한라까지'(Wind of Peace, From Baekdu To Halla)라는 주제로 다음달 30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개막하기로 했다. 개막식 음악 공연은 우리 측 바이올리니스트인 원 감독과 북한측 소프라노인 김 대리인의 합동 연주로 시작된다. 클래식 곡 뿐만 아니라 북측 대표 가곡과 남측 아리랑 등 친숙한 곡이 마련됐다.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첫 공동 작품도 계획돼 있다.
이번 남북예술제에선 남북 작가들의 미술전시회도 준비돼 있다. 내년 1월 말까지 한 달여간 제주아트센터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북측에선 월북 작가인 고(故) 황영준(1919~2002) 인민예술가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의 자연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다. 30여 점의 작품이 북한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받는다. 남측에서는 평화, 바람, 한라산 등을 주제로 고(故) 변시지, 이이남, 채기선 등이 6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올해 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로 시작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체육 및 문화 교류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다만 북ㆍ미 간 경색 국면이 이어지면서 결국 남북 정상이 10월 개최하기로 한 북한예술단의 서울 공연은 무산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첫 남북예술제가 한반도 평화에 분수령이 될 내년초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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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겉으론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사업이지만 사실상 남북 당국 간 본격적인 문화교류사업의 성격을 띤다.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는 1980년 8월30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창립된 문화성 산하 단체다. 예술단의 해외 순회공연 등 북한예술의 대외교류 업무를 담당한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번 사업을 후원한다. 행사가 개최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남북 합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정례화 및 국제화다. 그동안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거나 중요 정치 이슈의 주변을 맴돌던 문화교류가 공동 사업으로 닻을 올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반도를 벗어나 전세계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 공동 예술제 형식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원 감독은 이를 위해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해리슨 패럿'(Harrison Parrott)과 다음달 런던에서 만날 계획이다. 향후 남북 청소년오케스트라의 국제 도시 순회 연주 등을 긴밀히 논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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