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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의 덫 탈피" 수출입은행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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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코리아' 지렛대, 제조업 일변도→문화콘텐츠·서비스업으로 다변화, 수출 기업 지원 사명, 수은 역할도 달라져

"중후장대의 덫 탈피" 수출입은행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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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2017년말 개봉해 총 관객수 2000만(1ㆍ2편 합)을 동원한 '신과함께' 시리즈는 '수출 효자콘텐츠'다. 대만에선 개봉 20일만에 4억 대만달러의 수익을 냈고 홍콩 개봉 21일만에 4600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였다.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은 물론 남미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이 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최근 수출입은행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과연, 죄와벌 정서가 통하는 동남아 수출을 보고 기획을 했는데 자금이 부족했다. 그런데 수은의 지원으로 꿈이 실현됐다."고 했다. 수은은 2016년말 원동연 대표의 제작사를 발굴하고 9억원을 수혈해줬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서 탈피해 신(新)성장 유망 서비스업에도 주목하라" 수은 서비스산업금융부 모토다. 신성장 산업은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뿐만 아니라 관광, 호텔, 연예, 제약ㆍ바이오 등으로 외연이 넓다. 지금까지 수출코리아를 이끄는 지렛대는 제조업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문화콘텐츠, 관광, 호텔 등 서비스업도 한류(韓流)를 타고 수출 역군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수은의 지원 업종이 다변화되고 있는 이유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속하는 건설ㆍ조선ㆍ해운업의 업황은 어둡다. 중국의 부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용창출도 한계다. 산업 '구조의 재편'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 CEO스코어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주력 업종 변화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톱5' 업종은 2006년 조선기계설비, 건설건자재, IT전기전자,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굴뚝산업 일색에서 2015년에는 서비스, 석유화학, 건설건자재, IT전기전자, 유통, 식음료 등으로 바뀌었다. 김형준 수은 서비스산업금융부장은 "서비스산업들이 대부분 내수시장에서 커왔고, 수출은 제조업의 영역이었는데 이 통념이 달라지고 있다. 서비스산업도 중국, 동남아를 필두로 수출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수은 서비스산업금융부의 연 여신 집행금액은 1조5000억원. 대출 시에 재무제표만 보고 평가해왔던 통념을 벗어나야 해서 수은 직원들의 할일도 많아졌다. 특히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우 제조업처럼 원가계산서 등을 통해 숫자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투자사들과 외부전문가, 컨텐츠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외부기관과 협업할 일이 많아진 것.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대출 심사 때는 콘텐츠 내용은 물론 업체의 업계 평판, 시장에서의 사업리스크 등도 살펴본다.
수출입은행 서비스산업금융부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 서비스산업금융부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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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진 수은 차장은 "상대적으로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중소콘텐츠 사들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들을 선정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심사를 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이 부는 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상품과 연계해 금융밸류체인을 구상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CGV나 SM엔터테인먼트의 홍콩ㆍ일본 법인, 인도네시아 롯데마트와 뚜레주르 등에 자금 수혈을 해 외국 현지에서의 소비진작과 수출연계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최근 서비스산업금융부가 주목하는 것은 면세점 금융 지원이다. 지난 2016년 대외무역법 시행령 개정으로 면세점에서 외국인에게 파는 국산 물품도 수출 실적에 포함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열리면서 자금 수요가 있었던 S면세점에 이달 1000억원의 자금을 댔다. 두산 면세사업부에도 지난 10월 9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장기 외화자금 지원이 필요한 면세점의 경우 수은의 역할이 중요하다. 면세점에 입점하는 국산브랜드가 많다보니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브랜드 1개의 고용창출 효과는 417명이다. 조인선 수은 선임심사역은 "두타 면세점에 지원함으로써 중소형 브랜드들의 입점 기회가 많아졌다. 면세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면세점 지원은 국내브랜드 홍보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서비스산업금융부가 신경쓰는 부분이다. 지난 8월 수은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의 항공기(보잉 B737-800) 2대 구매사업에 7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제주항공 지원을 하면서 제주항공 기내면세점 사업자기도 한 대구 그랜드호텔에도 금융을 지원했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지역기반 산업을 육성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김 부장은 "중후장대 기업 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쑥쑥 커나가는 산업들을 중심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숙고하고, 수은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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