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팝음악 중에서는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가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능금지곡'에 들어 가겠지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수능금지곡'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음악 관련업체의 마케팅 방식이겠지만 굳이 이 시점에 수험생들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노래들에 대해 과학자들은 마치 귓속에 벌레가 있는 것처럼 하루종일 그 음악이 귓속에서 맴돈다고 해서 '귀벌레 현상(Ear-worm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굳이 수능을 앞둔 수험생만이 그 대상이 아닌 모든 사람이 대상인 것인데,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그 타깃이 수능 수험생들에게 맞춰졌던 것이지요.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특정 멜로디를 흥얼거린 적이 있으시지요? 반복되는 노랫말과 흥겨운 멜로디가 더해질수록 귀벌레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대중가요를 창작하는 예술가들이나 사업가들이 곡의 히트를 위해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수능이라 포인트 없이 귀벌레 현상에 촛점을 맞췄다면, 우리는 수능에 촛점을 맞췄다는 것이 차이점이겠지요. 골드스미스대가 발표한 강력한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10곡 중에 레이디 가가의 곡이 무려 3곡이나 됩니다. 저니, 마룬5, 비욘세, 아델 등의 노래가 고루 포함돼 있네요. 뮤지션들의 인기와 귀벌레 현상 발생 빈도는 비례하는 것일까요?
대중가요뿐 아니라 클래식음악이나 가곡의 경우도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의 일정 부분을 하루종일 흥얼거리거나, 불현듯 그 부분을 반복해서 부르곤 한다면 그 또한 귀벌레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미국 신시내티대 제임스 켈라리스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98%가 귀벌레 현상을 경험했으며,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이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또, 이들 가운데 4명 중 1명은 하루에도 수차례 귀벌레 현상을 느끼는데, 감각이 더 예민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악기 연주보다 가사가 있는 노래일 때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귀벌레현상은 청각적 현상이라기보다 뇌가 주도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우리 몸이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 때 뇌가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귀벌레 현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수능 수험생들은 귀벌레 현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요. 그러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 귀벌레 현상이 일어난다면 난감하지 않을까요? 일단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아닌, 늘 있는 일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본인의 뇌가 자연스럽게 방어기제를 발동했다고 받아 들이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껌을 씹거나 오히려 노래를 그 부분만 흥얼거리지 말고 노래 전부를 부르면 나아진다고 합니다. 영국 레딩대 연구팀은 "음악을 듣고 기억하는 뇌 부분이 청각 이외 말하기를 담당하는 곳과 연관됐기 때문에 껌을 씹으면 귀벌레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미국 웨스트워싱턴대 아이라 하이먼 교수는 '뇌 인지기능 활성화'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단어를 뒤집는 게임인 '아나그램'을 하거나 빈칸에 숫자를 채워넣는 '스도쿠'를 하면 귀벌레 현상이 줄어든다는 주장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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