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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혜택 늘면 청년 부담 증가" 이 인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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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있는 노년을 위해] <5-마지막회>노인이 행복한 나라

우리보다는 젊은 사람에게 돈 쓰는게 맞지…노인 스스로도 비관적이었다

"노인 혜택 늘면 청년 부담 증가" 이 인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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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우리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더 낫지 않겠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정재식(67ㆍ가명)씨는 노인 일자리가 늘어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체력도 젊은 사람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고, 기계 같은 것도 다루는데 서투를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고용주 입장에서도 능력 좋은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홀로 사는 이은숙(71ㆍ가명)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나라에서 나오는 기초연금과 각종 지원금을 보태도 한 달 생활비는 50만원이 채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여러 지원금들을 신청할까 했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워 포기했다. '정부 지원이 너무 적지 않냐'는 물음에 이씨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면서 "우리 같은 노인들보다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 친구들에게 돈을 더 쓰는 게 맞다"고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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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8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45.5%는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ㆍ장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노인의 67.6%가 노인복지가 확대될 경우 청ㆍ장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 및 경제상태가 나쁠수록 이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컸다.

청ㆍ장년층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ㆍ장년층의 55.4%가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노인복지가 확대되면 청년층의 부담이 늘어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77.8%가 '그렇다'고 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노인에 대한 혜택이 늘어날수록 청년층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보는 셈이다.
이 같은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을 '생산성'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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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노인들을 비하하는 '틀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노인들을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의존적인 존재로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른 연령대 사람들이 노인을 바라보는 것도 그렇고, 노인이 노인을 바라볼 때도 노인을 독립적인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의 비관적인 인식 탓에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노인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노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요양시설 입소를 선택하는 노인들이 단적인 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을 수용하는 요양시설들이 현대화되면서 노인 복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정작 그 곳에 있는 노인 대부분은 우울증을 안고 산다"면서 "자신들이 원해서 요양시설로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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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2010년 보건사회연구소가 베이비붐 세대를(1955∼1963년 출생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가 '존엄사'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이제 노인세대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내 존재가 다른 이들에게 부담이 되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뜻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의지가 강함에도 다가올 노년에 대한 배움 없이 자녀에게만 헌신하다 부모세대와 비슷한 노년을 맞게 될 것 같다"며 "그들이 맞을 노년의 모습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현재 젊은 세대를 비롯해, 곧 노년을 맞게 될 세대들이 인간다운 노년의 삶을 누리기 위해선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앞으로의 노인 세대는 정부만 바라봐선 안 되고 스스로 노후 준비가 가능해야 한다"며 "더 이른 나이부터 노년 대비에 대한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실시해야 하고,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노년 대비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인권에 대한 교육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인권은 빈곤, 자살 등 1차원적인 인권만 강조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고차원적인 인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보니 노인들이 자기 인권과 자기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다"고 분석했다. '3세 아이의 인권과 100세 어르신의 인권은 동등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앞으로 노년을 맞을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교육 수준이 높아 연령에 제한 없이 다양한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는 노인 세대가 사회에 기여하며 독립적인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nte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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