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미국 아빠들 사이에서 ‘스쿼트포체인지(#Squatforchange)’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아빠들도 아이 기저귀를 가는 일이 일상이지만,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비치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운동이다. 아빠들은 스쿼트(하체 운동) 자세로 앉아 아이를 허벅지에 눕힌 채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 현실을 빗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증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최근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여성의 임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장려는 남성들의 육아로 이어지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54%나 증가했다. ‘아빠의 달(남편이 아내 다음으로 육아휴직을 쓰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이용자 수도 94% 늘었다.
그런데 남성 육아에 대한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아빠와 아이가 단둘이 외출할 경우,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보건복지부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과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 2만6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정보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이 35%, 아빠 육아를 위한 인프라 부족이 19%를 차지했다.
밥을 먹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수유실’이라 불리는 육아휴게실은 남성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많다.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3259개 수유실 중 아빠가 이용 가능한 경우는 63%에 그친다.
실제 한 공공기관에 “수유실은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간이니, 아빠는 밖에서 기다려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여성 이용자가 대부분인 시설에 남성이 들어오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동육아를 권장하는 최근 세태에 알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신문고에도 아빠 육아자들의 민원은 상당히 많았다.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수유실은 보통 모유수유 공간이 별도로 분리돼 있어 해당 공간을 제외한 유아휴게 공간은 아빠와 공유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싱글대디, 공동육아가 늘어난 만큼 남성도 수유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아빠가 주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빠들의 육아 동참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실질적인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육아를 ‘여성의 의무’로 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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