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해수면 상승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심각한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동식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이 늘어난데다 지구온난화로 물이 따뜻해지면서 부피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세계의 과학자들이 포르투갈 앞바다에 있는 아조레스 제도에 모여 '레이더 고도측량 심포지움'을 열고, 지난 25년간의 위성을 활용한 레이더 고도측량을 통해 수집한 해수면 상승 데이터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1880년 이후 해수면은 200㎜ 이상 상승했는데 20세기 동안 연평균 1.7㎜ 상승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2019년까지 25년 동안 매년 3.2㎜씩 2배 가까이 상승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5년 동안은 매년 4.8㎜가 상승,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더 빨라졌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위성을 이용한 레이더 고도측량기는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이슨 위성 시리즈,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3 임무 등 다양한 임무를 참조해 해수면의 장기간 시계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위성들의 지적선을 따라서 표면 지형을 기록한 뒤 매우 짧은 레이더 펄스를 주고받으면서 그 간격을 계산해 물과 땅, 얼음의 높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지요. 전 세계적 범위를 질서정연하게 측정해 해수면 상승을 본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하고, 본질적인 기술입니다.
ESA의 제롬 뱅베니스트는 "전 세계 해안가에 수백만종의 생물이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수면 상승은 큰 걱정거리"라면서 "위성 고도측량기를 통해서 얻은 정보는 얼마나 빨리 우리 바다가 상승하고 있고, 그래서 의사 결정자들이 적절한 완화 행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의 정치인들의 해수면 상승을 늦추기 위한 정책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하와이 남쪽으로 1600㎞ 정도 떨어져 있으며 인구 10만2000명의 키리바시(Kiribati)는 고도가 해수면 위로 5m도 안됩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키리바시 정부는 해수면이 추가로 상승할 때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 피지에 땅을 매입해 두었습니다.
키리바시보다 남쪽에 위치한 투발루(Tuvalu)도 물 부족 등으로 삶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총리인 에넬 소포아가는 지난 2014년 "우리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미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는(해수면 상승은) 대량살상무기와 같다. 모든 피해 상황이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평균 해발고도 1.5m로 해수면과 거의 차이가 나지않는 섬나라인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09년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세계 최초로 '수중 국무회의'를 열면서까지 몰디브의 절박한 상황을 세계에 알립니다.
그러나 해안 침식으로 물 공급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게 됩니다.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한 나시드 대통령을 두려워한 세력에 의해 나시드 대통령은 축출된 후 수감됩니다. 정치인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바닷속에 가라앉든 말든 정권을 확보하는 것만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상승은 섬나라 저지대에는 심각한 위협이 되지만 전 세계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홍수로 도시가 잠기거나 바닷물이 범람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변하게도 합니다. '②해수면 상승, 일본·한반도 사라진다' 편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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