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ㆍ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전개 양상은 속도(speed)와 수단(measure) 그리고 수용성(acceptability)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는 공격의 빠르기를 말한다.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빠르다. 올해 초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로 공격을 개시하더니 3월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25% 관세부과, 5월에는 자동차 232조(안보조항) 조사 개시라는 폭탄을 터뜨렸다. 8월에는 유럽연합(EU), 일본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중국의 산업정책을 무력화 할 수 있는 개혁방안 논의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국 기업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취했다. 반면 중국은 수비에만 치중하는 형국이다.
수용성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내부적으로 용인하고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지금 미국 행정부와 의회, 산업계, 싱크탱크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을 확실하게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초당적으로 형성된 분위기다. 친중 경향을 보여왔던 민주당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더 강력하게 응징할 것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경제도 미국 편이다. 감세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역사적인 경기확장 국면에 있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내수와 서비스 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 중심인 중국시장의 경우 경기가 6% 중반으로 고꾸라지는 가운데 통상분쟁까지 겹쳐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은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와 수단 그리고 수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은 관세에서 산업정책과 금융시장 그리고 환율로 빠르게 공격의 타깃을 바꿀 것이다. 한국은 중국 경제를 제도적으로 선진화 하려는 미국, EU, 일본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의 정치적 온정 혹은 시혜에 기대어 거대시장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시스템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롯데마트가 속출할 게 뻔하다. 사드 보복으로 결국 철수를 결정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본 피해액은 무려 2조2000억원에 이른다.
허윤 서강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꼭 봐야할 주요뉴스
일주일 사이 환자 136% 급증…"8년 만에 최대 유행...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