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조호윤 기자] “하루에 200통 넘게 전화를 걸었더니 입에서 단내가 나네요. 콜센터 직원들도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하진 않을 겁니다.”
주가 급락으로 담보 부족 사태가 속출하자 이를 알려야 할 고객도 그만큼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내놓은 반대매매 호가는 4000억원에 이른다. 2011년 8월 이후 7년여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9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40%나 급증했다. 일손이 모자라 옆 부서 직원들까지 동원해 전화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피가 2000선이 붕괴되고 코스닥 역시 620선까지 밀리는 등 주식시장이 급락장세를 연출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 직원들까지도 ‘패닉’에 빠졌다. 주가가 왜이리 떨어졌냐는 투자자들의 원성에 전화공포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시도때도 없이 밀려드는 회의와 상담 문의에 장중엔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다.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참담한 수익률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D증권사 시황담당 연구원은 하루종일 밀려드는 자료 요청에 장중 식사는 커녕 물 한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지수가 왜 이렇게 빠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여기저기서 쉴새없이 밀려든다. “코스피가 2000 아래로까지 밀려날지 누가 알았겠나. 저 또한 누구한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인데 뭐라도 대답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라 솔직히 괴롭다”고 했다.
긴급회의는 시도때도 없이 소집된다. 아침엔 미국 증시 폭락으로, 오후엔 중국 증시 폭락으로 소집된다. E증권사 연구원은 “1시간 후에 또 회의가 잡혔는데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해야할지 걱정이다. 이런 날은 전화를 꺼버리고 잠적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객들 문의와 항의 전화를 견디기 힘들어 일부러 외부 영업을 나가거나 회식을 잡고 일찍 사무실을 빠져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식형펀드가 대부분 두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급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F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올 초에 코스피 2600포인트 돌파를 염두에 두며 주식편입비율을 10% 이상 늘렸는데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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