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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식물도 위험할 땐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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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식물도 위험할 땐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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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동물은 서로 의사를 소통합니다. 사람은 언어로, 동물은 울음이나 행동 등으로 서로 뜻을 전달합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인간이나 동물들은 적이 공격 해오면 도망을 가거나 함께 맞서 싸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어떨까요?

식물도 위급 상황에서는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식물학자 사이먼 길로이(Simon Gilroy)와 토요타 마사츠구(Masatsugu Toyota)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달 14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위기에 처한 식물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식물도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감지하고 방어하는데 식물의 잎이 초식동물들로부터 먹히기 직전 다른 잎들에게 위험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동물의 체내에서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운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칼슘이온(Ca2+)'이 식물에게서도 동일한 역할을 해 감지한 위험신호를 다른 식물에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적의 공격을 받으면 신경세포 내에서 '글루타민산염(Glutamate)'이라는 아미노산 물질이 생성됩니다. 글루타민산염은 동물 신경세포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인 칼슘이온을 생성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데 칼슘이온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서 도파민 등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합니다. 이런 릴레이식 전달로 멀리 떨어진 동족에게 위험신호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연구팀은 식물 내에서 생성되는 칼슘이온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분자센서(molecular sensor)를 개발한 뒤 이 센서를 '애기장대(Arabidopsis)'에서 떼어낸 잎에 주입, 잎 안에서 칼슘이온 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애기장대의 잎을 가위로 자르거나 애벌레가 갉아 먹게 한 후 칼슘이온의 움직임을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애기장대의 잎이 먹히거나 잘려나간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센서에 빛이 들어와 곧 주변으로 옮겨지고 다른 잎들로 퍼져나가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특정 부분의 칼슘이온이 극히 짧은 시간에 먼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외부의 위험을 감지한 애기장대 풀이 위험신호를 전달하면서 반짝거리는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사진=위스콘신-매디슨대]

외부의 위험을 감지한 애기장대 풀이 위험신호를 전달하면서 반짝거리는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사진=위스콘신-매디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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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또 칼슘이온을 활성화시킨 물질은 글루타민산염이라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글루타민산염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등 적의 공격 이후 세포 외부에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세포 외부에 있던 글루타민산염은 세포막에 있는 글루타민산염 유사 수용체(GLR, glutamate-like receptor)와 결합, 그로 인해 칼슘이온 통로가 열리면서 칼슘이온이 세포 내로 쏟아지는 것입니다. 연구팀이 글루타민산염 유사 수용체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없앤 애기장대에서는 칼슘 신호가 매우 약하게 나타나 칼슘이온을 활성화시킨 물질이 글루타민산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이 동물과 외형적인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동물처럼 진핵생물이면서 다세포 생물인 만큼 세포 내에서는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길로이 교수는 "식물과 식물간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이 동물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식물에 관한 수수께끼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동물처럼 눈과 귀가 없는 식물도 환경 신호와 각종 위험, 특히 독성이 있는 병원균 등을 보고, 듣고, 그에 대해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소재 그레고르 멘델 분자식물생물학 연구소 유세프 벨카디르(Youssef Belkhadi) 박사가 이끄는 유럽과 캐나다, 미국 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지난 1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합니다. 연구팀은 식물이 동물처럼 각종 위험 상황에서 반응할 수 있는데 이는 미생물이나 다른 스트레스들을 감지할 수 있는 수백 개의 막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연구팀도 식물이 위험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길로이 교수팀처럼 애기장대를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연구팀은 인간보다 50배 많은 6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수용체 키나아제를 갖고 있는 애기장대를 이용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감지할 때 이용하는 단백질 200개의 네트워크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몇 가지 핵심 단백질들이 네트워크 통합에 어떤 상호작용과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해 밝혀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앨라배마대(UAB) 샤히드 무크타르(Shahid Mukhtar) 조교수는 "이런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는 병원균에 대한 식물의 저항성이나 열, 가뭄, 염분, 냉해와 같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저항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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