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ICO 시장…수익 내는 프로젝트 10개 불과
실현 가능성 냉철하게 판단하고 추진해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에 사는 김미환씨(가명ㆍ28)는 지난해 초 대학 졸업 후 하반기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다. 당시 그는 석달치 월급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너도나도 블록체인, 가상통화를 외치는 상황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상당한 수익을 보면서 장미빛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올들어 시장이 급락하면서 천당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연초 대비 70% 이상 줄어든 투자금에 그는 밤잠을 설친다. 김 씨는 "블록체인에 대해 제2의 인터넷이라고 하지만 실사례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며 "블록체인이 당장 세상을 바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블록체인은 여전히 미완의 시장이다.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엔 아직 거품이 껴 있다. 지난 19일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ICO 프로젝트 372개 중 전체 조달액의 87%를 차지하는 상위 110개 코인 가격은 상장가 대비 1/3 정도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ICO를 실시한 코인 중 30%는 시장 가치가 '0'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진짜 수익을 내고 있는 프로젝트는 10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초심에서 엇나간 프로젝트도 상당하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로스쿨은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으로 분권화를 지향한다는 다수 프로젝트가 공개되지 않은 코드를 통해 중앙 통제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대부분의 ICO 프로젝트가 내부자 거래를 막지 못하거나 백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정보의 공유 개념과 실제 사업이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위ㆍ변조가 불가능하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의 민감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두에게 정보가 공유된다면 누가 영업 기밀과 같은 정보들을 공개된 블록체인망(퍼블릭 블록체인)에 올리겠는가"라며 "토큰 이코노미 설계나 저장 정보의 암호화 기술 확보 등을 치밀하게 고민하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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