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메뉴 갖춘 음식점으로 발걸음 몰려
한식·치킨 프랜차이즈 등 버거, 파스타 등으로 메뉴 다양화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말레이시아에는 '○○전문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다수 식당들은 1~3개만의 메뉴를 가지고 영업한다. 영업시간마저 제한적이지만 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많은 메뉴를 보유하고 있을 수록 음식 전문점으로 인정 받기 쉬워진다. 때문에 '전문점' 타이틀을 달고 당당히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몇몇 국내 브랜드들은 몇 년 만에 씁쓸한 패배를 맛보며 매장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말레이시아 진출을 준비 중인 한 피자 전문점 관계자 역시 "한국에서 운영 중인 치킨 브랜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음식 브랜드, 커피 브랜드 등을 통합해 현지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오랜 기간 유럽 지배를 받아온 말레이시아에서 양식 메뉴가 보편화돼있는 점을 고려해 퓨전 파스타와 라이스 메뉴도 함께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이 프랜차이즈와 같은 쇼핑몰 내 2016년 입점했던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지난해 폐점했다. 쇼핑몰 관계자는 "치킨 메뉴만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 오류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발을 들이는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메뉴의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혜인식품이 운영하는 네네치킨의 경우 치킨 이외에 햄버거, 샌드위치류를 판매 중이며 점심시간에는 도시락 메뉴를 판매한다. 국내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아이스크림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교촌치킨도 말레이시아 매장에서 '알라 카르트(A La Carte)' 메뉴를 운영 중이다. 이는 메뉴상의 명칭으로, 고객 주문에 의해 제공되는 일품요리를 뜻한다. 정식요리와 다르게 고객이 원하는 코스만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식당의 표준차림표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말레이시아에서는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돼있지 않다. '우버'(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 플랫폼) 서비스 등을 통해 일부 지역에 배달을 시행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배달앱 같은 전문 플랫폼이 널리 쓰이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곧 말레이시아에도 배달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 따르면 최근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게 된 '그랩'(Grab)이 최근 음식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푸드팬더, 딜리버 잇, 어니스트비 등 배달업체들의 경쟁도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현지 외식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내 배달 서비스가 확산되면 업체들의 메뉴 다양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 될 지도 모르겠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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