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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리더 릴레이인터뷰②]"대중 속 클래식 만들려고 20년간 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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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여성리더스포럼 프런티어 7기 연속인터뷰

두번째 멘토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의 클래식과 여성기획자로서의 삶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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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은 돈 주고 보는데
클래식 공연엔 왜 지갑 안 열까
시장은 쉬운 클래식 원하는데
연주자는 전통 클래식만 고집…무게 벗어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조성진 한 명으로는 국내 클래식 공연계의 부흥을 기대하긴 어렵죠. 10명의 조성진이 나와서 클래식 팬들도, 관련업종에서 일하는 이들도 10배씩 늘어야 결국 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 그게 저의 바람이자 스테이지원의 목표입니다."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는 국내 클래식 공연 활성화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힘줘 말했다.

'빌 게이츠 같은 천재 1명이 10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대기업 회장의 말이 인재발굴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적어도 문화예술계에서의 인재 양성 방향은 이와 사뭇 다르다. 문화예술 및 공연계는 천재 아티스트 한 명이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뛰어난 젊은 예술가들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무대에 활력을 더해줘야 지속가능한 공연문화의 부흥을 논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문화예술ㆍ공연계는 여전히 '스타'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클래식공연 분야는 더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정도의 거장이 나온다고 해야 표를 팔 수 있다. 그 외 클래식 공연에서 표를 팔기란 쉽지 않다. 초대권이 있으면 그제서야 시간 내서 가보는 정도다.

'영화, 연극은 돈 주고 보러 가면서 왜 클래식 공연에는 지갑을 열지 않는가!' 이러한 자문이 박 대표가 스테이지원을 꾸린 이유다.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진학 스테이지원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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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불문과를 졸업하고 클래식 공연 기획사인 크레디아에 입사한 박 대표는 1998년 독립해 스테이지원을 창업했다. 당시 크레디아는 해외 연주가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렸다. 일본으로 공연 온 해외 클래식 거장을 하루동안 잠시 짬내 국내서도 공연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섭외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클래식계 샛별들을 세울 무대는 좁디 좁았다. 조수미, 금난새 등 거장 틈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신예들의 공연을 찾는 경우는 전무했다. 국내 젊은 클래식 연주가들을 불러모아 한 자리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지난 광복절에 진행된 '스타즈 온 스테이지'는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공연 중 하나다.

소속사가 서로 달라 한 무대에 오르기는 어려웠던 국내 대표급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모인 것. 피아니스트 임동혁ㆍ김선욱ㆍ선우예권, 소프라노 황수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ㆍ김수연, 첼리스트 문태국ㆍ이상 엔더스 등 서로 다른 7개 기획사에 소속된 스타 음악가들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클래식 팬들에게는 꿈만 같은 무대가 이뤄진 셈이다.

박 대표는 "클래식 시장의 르네상스가 왔지만 아무리 세계 콩쿠르에서 인정받은 좋은 연주자들이라고 해도 설 무대가 없으면 기량을 펼쳐 보일 수가 없다"면서 "연주자들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익없는 공연은 박물관 박제
유튜브·웹예능 접목 살길 모색

그는 국내 클래식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에게 보다 친절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은 열린음악회처럼 해설이 있는 클래식 공연, 혹은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클래식 공유를 원하는데 연주자들은 클래식 본연의 곡에만 주력하려고 하죠. 시장과 연주자가 서로 지향하는 게 달라 매칭이 안되는 거예요. 무게를 벗지 않으면 표는 팔리지 않아요. 클래식이라는 콘텐츠로 공연을 기획하는데 수익이 안나는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 업계는 박물관에나 들어가야하는 거라고 봅니다."

박 대표는 박물관 속 '박제' 대신 창의적인 '복제'를 통한 영생을 택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는가하면 웹예능도 만들어 다각도에서 클래식을 접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쇼팽의 '프렐류드(Prelude)'를 조성진과 중국 피아니스트 거장 랑랑이 각각 연주하는 것을 비교ㆍ분석하거나, 20대의 정경화와 현재의 정경화가 연주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Liebesfreud)' 감성을 느껴보는 식이다.

박 대표는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계속 어려운 채로 남겨둬선 안된다"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생활 오케스트라, 무용 등의 활성화로 클래식 노출을 늘리도록 하는 한편 굳이 공연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 '대중 속 클래식'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신념이 굳어진 것은 한 시골마을에서 기획한 뮤지컬 공연 이후였다.

"경남 창원에서 기업 후원으로 남경주의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기획했을 때였어요. 공연이 다 끝난 뒤 한 할머님이 오시더니 '뭐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참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클래식은 교양있는 자리에서 지식이 갖춰진 준비된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나누고 함께 공유했을 때 감동도 배가 된다는 것을 느꼈죠."

박 대표는 "불친절한 콘텐츠를 친절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클래식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에게는 잘게 잘라 볶음밥이나 비빔밥에 넣어주는 것처럼 클래식도 접하기 쉬운 채널로 조금씩 관심을 유도하면, 어느 순간 정말 좋아하는 공연은 표를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블록체인과 음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안해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인디아티스트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클래식 콘텐츠의 기획, 제작, 유통, 펀딩은 스테이지원에서 맡고 창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통해 실시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만 볼 때 굉장히 고전적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채널에 변화를 줘야 산업으로서도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포럼과 페스티벌을 융합한 '영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을 기획,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육성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해 클래식 공연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라고 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표 파는 공연기획에만 주력해서는 안됩니다. 초대권을 줘야 공연을 보는 이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제 돈 내고 공연을 보러 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결국 클래식공연도 산업이 되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됩니다. 보다 많은 이들과 누릴 수 있는 클래식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시도를 기울일 계획입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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