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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싫어…직장인 ‘카톡 감옥’ 언제 없어질까

최종수정 2018.10.08 05:00 기사입력 2018.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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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사진=아시아경제DB

직장인들.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0대 신입사원 A 씨는 최근 직장 상사의 카카오톡(이하 카톡) 업무 지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지어 A 씨 상사는 직원들에게 카톡 프로필 사진도 회사 로고로 변경하라는 지시했다. 업무 관련성도 없지만, 일종의 ‘회사 충성심’ 차원으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카톡 감옥’ 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A 씨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경계가 없어진 지 오래다. A 씨는 현재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번째로 긴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기업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워라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최근 발의된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6명 이상은 업무 현장에서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해당 법안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 중 85.5%는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상사(68.4%), 동기 등 동료(17.1%), 협력사 및 고객사(12.2%)에 업무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대해 팀장 및 관리자 직급 직장인(62.2%)은 물론 팀원급 직장인(62.0%) 모두 부정적이었다.

직장인들은 카톡 업무 지시에 대해 단체 대화방인 단톡방 업무 지시, 퇴근 후 카톡 지시 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카카오톡(단체톡)으로 회사 업무지시금지’ 청원을 올린 청원인 B 씨는 “단체 카톡방의 업무지시는 거의 24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벽까지 톡이 울리고, 바빠서 혹시 확인 못 하면 왜 안 읽었느냐고 뭐라 하고, 답변 늦게 올려도 뭐라 하고, 얼굴 맞대고 말로 하는 업무 지시보다 카톡으로 하는 것이 스트레스의 강도가 훨씬 높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원인 C 씨는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 법안 빨리 통과시켜 주세요”라며 “휴무, 휴가 때 울려대는 단톡방 알람은 사람을 정신을 죽입니다. 업무 인수인계가 잘되지 않아 시행되는 일이라고 알람을 끄라고는 하지만 알람만 끈다고 편해지는 마음이 아니네요”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직장인들은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에 대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직장에서는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워라밸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카톡 금지법’에 대해 53.0%가 알고 있었고, 해당 법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87.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실현될지를 묻는 질문에 ‘법안 제정은 가능하지만, 현장 정착은 어렵다’는 답변이 6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안 제정과 현장 정착 모두 가능하다는 답변은 19.4%에 그쳤고 법안 제정과 현장 정착 모두 어렵다는 응답은 14.5%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직장 상사의 카톡 내용과 관련해서는 업무 지시만 있는 것이 아닌 사적 내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말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740명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급한 업무로 연락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42.2%에 불과했고, 55.4%는 습관적인 연락이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5.2%는 정시 퇴근을 원했지만, 가장 실천되지 않는 항목(40.5%) 역시 정시 퇴근이었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절반인 50.2%는 퇴근 시간 이후 2시간 이내에만 퇴근하면 야근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노동과 휴게 시간에 대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안이 발의는 되어 있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인 이른바 연결차단권이 포함된 개정 노동법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휴식시간과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해야 한다.

예컨대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거나, 업무 메일에 회신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연결차단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게 된다.

또 근로시간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상 ‘호출 대기’라는 용어를 만들어 ‘대기시간’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대기시간의 경우 사용자가 지정한 곳에 머물며 기다려야 하지만, 호출 대기는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되 휴대전화를 켜놓아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호출 대기를 휴식시간으로 보지만 실제 업무 활동을 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12년 업무 시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속노조가 정부에 ‘안티 스트레스 법안’ 입법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입법 취지는 근로자의 개인적 여가시간 중 이뤄지는 업무상 연락 등 업무 수행과 관련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처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톡 금지법을 포함해 국회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19개에 달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한 법안 입법 검토 보고서에서 입법 취지에 공감은 하면서도 일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환노위는 “최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근로시간 외 업무지시가 만연하면서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휴식시간을 업무시간과 철저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노위는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의 집행가능성이 낮다는 점 및 사용자가 아닌 상급 근로자가 하급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행위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 현실적 집행 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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