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사이버불링’ 기자가 직접 당해보니…출구 없는 지옥

최종수정 2018.10.06 10:48 기사입력 2018.10.06 10:28

댓글쓰기

6일 오전 기자가 ‘사이버불링’을 경험할 수 있는 앱을 이용, 피해를 경험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강제로 초대되어 각종 욕설에 노출되고, 퇴장해도 다시 초대되는 이른바 ‘카톡 감옥’에 갇혔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6일 오전 기자가 ‘사이버불링’을 경험할 수 있는 앱을 이용, 피해를 경험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강제로 초대되어 각종 욕설에 노출되고, 퇴장해도 다시 초대되는 이른바 ‘카톡 감옥’에 갇혔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개학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제천의 여고생이 사이버 공간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의미하는 ‘사이버불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사이버불링’을 경험할 수 있는 앱을 이용, 피해를 당해보니 자존감 하락 등 피해 정도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사이버불링은(cyber bullying)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의 합성어다. 오프라인인 학교 폭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다보니 피해 사실을 부모나 학교에서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불링의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특정 학생을 초대한 뒤 단체로 욕설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피해 학생은 이를 견디다 못해 방을 나가도 가해자들은 지속해서 방으로 초대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이는 소위 ‘카톡 감옥’으로 불린다.

또 학생을 초대한 뒤 방에 있던 사람들은 일순간에 퇴장하는 ‘온라인 왕따’도 있다.
게임 속 아이템을 대신 구하라며 괴롭히는 ‘아이템 셔틀’도 사이버불링 가해 방식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공개한 ‘한국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 4000명 중 10.2%가 “사이버 게임을 통해 괴롭힘을 당해봤다”고 답했다. 특히 남학생 중 16.2%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아이디를 도용하여 거짓 정보 올리기, △문자로 루머 퍼뜨리기, △동성애자라고 폭로하기, △휴대폰으로 음해문자 보내기, △온라인에 거짓 소문 퍼뜨리기 등이 있다. △금품 갈취(사이버머니, 아이템, ID), 동영상 촬영 유포 등도 사이버불링에 해당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실제로 기자가 6일 사이버불링을 경험할 수 있는 ‘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이용해 사이버불링을 당해보니 사실상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고 끝이 안보이는 지속적인 괴롭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가해 수법은 현실과 같았다. 단체 대화방에 초대되더니 이유 없는 원색적인 욕설은 물론 단체 대화방을 나가면 “씨X미쳤나 이게 계속 나갈래”라며 지속해서 방으로 초대됐다.

또 가해 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오면서 전화를 받으면 “전화 안받고 뭐했냐 XX아”라며 욕설이 시작됐다. 이어 가해자들의 페이스북에 개인 신상 등이 올라가면서 끝없는 욕설에 노출됐다.

이런 사이버불링은 채팅이나 메신저상에서 주로 발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했던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45.6%가 채팅이나 메신저에서 사이버폭력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서 온라인게임(38.8%), 소셜미디어(35.3%) 순이었다.

피해 상황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가 매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00명당 사이버 폭력을 당한 경우는 2.7명이었다. 지난 2016년 1.7명, 2017년 1.8명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2012년 3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 사이버불링을 학교 폭력의 유형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사이버불링 신고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2012년 사이버불링 신고 건수는 900건, 2013년 1082건,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그리고 2016년에는 2122건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50,000명의 초·중고생 중 ‘사이버 괴롭힘’을 당했다는 학생이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보다 많았다.

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사이버불링 문제에 대해 교사에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처를 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사이버불링 사이트를 만들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사이버불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안내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교육시간이나 보건건강수업을 이용해 사이버불링의 위험성과 대처요령을 교육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BBC도 나서서 사이버불링과 관련된 영상과 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에게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사이버불링 발생 시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되는 경우 학생의 핸드폰을 포함한 부적절한 이미지나 파일을 찾아내 삭제하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