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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다…5000원 '식당 소주' 말고 1200원 '집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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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도입과 경기불황이 바꾼 ‘술 풍경’…집에서 소주 마셔요
식당 사장 “미투 열풍·주 52시간·최저임금 등 폭탄 가득…손님이 없다”
업소용 판매 대신 가정용 판매 쑥쑥…주류업계 “판매량 감소 우려 없어”
서울의 한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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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가뜩이나 경기도 불황인데, 주 52시간 도입으로 수당이 대폭 줄었습니다. 식당에 가면 평균 소주 한병 가격이 5000원인데, 대형마트에서 사면 1200원에 살 수 있잖아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젠 집에서 소주를 마시게 됐습니다. 강제적인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즐기게 된 셈이죠.”
“회식이 사라졌어요. 올해 초부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회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아예 저녁 자리를 안하는 것 같아요. 시간은 생겼지만 수당 등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홈술을 즐기고 있습니다.”

“김영란법보다 미투 열풍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녁 장사는 아예 안된다고 보면 됩니다. 최저임금에 임대료에 각종 원재료까지 상승해 적자 행진이에요. 우리 식당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소주 한병을 4000원대에 판매하는데,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주류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른 퇴근에 수당과 회식이 확연히 줄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이에 업소용 소주 판매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정용 소주·맥주 판매가 늘고 있다. 이는 마트나 슈퍼보다 비싸게 소주와 맥주 등을 판매하는 식당과 주점 등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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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 1위 업체 하이트진로의 소주의 판매 비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전에 60대 40이던 업소영과 가정용 판매 비중은 현재 50대 50으로 변경됐다.

대형마트에서도 가정용 소주와 맥주 등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마트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 등은 마트가 가장 싸게 판매하는데, 최근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식 자리도 줄은 영향이 있겠지만,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은데 수당 등 급여가 줄어 업소나 식당 등에서 사먹을 엄두가 안나는 요인이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식당과 주점 등에서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건동(가명) 씨는 “지난 3개월간 저녁 장사는 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면서 “손님들도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집에서 홈술을 즐기는 것 같은데, 이래저래 외식 자영업자들만 무척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주류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걱정하던 주류업계는 미소를 되찾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측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 감소 우려는 제한적으로 판단된다”며 “회식 등 술자리가 줄면서 ‘업소용’ 수요가 줄겠지만 여가시간 확대로 캠핑, 여행 등 야외 활동이 늘면서 ‘가정용’ 소주 판매량은 오히려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소용과 가정용 판매 비중이 현재 5대 5의 비율로 변경됐고, 2004년부터 작년까지 소주 출하량 연평균 증가율이 1.3%였음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정용 판매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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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주의 경우 업소용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가정용 판매가 늘면서 주류업체들의 총 판매량에는 변화가 없어 매출 변화에 대한 우려는 없다. 그러나 맥주는 상황이 다르다. 레귤러 맥주(일반 제품)의 경우 업소용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계는 올해 3분기 주요 업체들의 맥주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으로 업소용 시장 의존도가 높은 레귤러 맥주 매출이 전년대비 17%가량은 감소, 맥주 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종합주류업체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술자리의 형태가 변하는 것이지 술의 소비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회식의 빈자리를 이른바 ‘홈술’·‘혼술’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찾으면 소주나 맥주를 마시겠지만 가심비를 찾으면 위스키나 와인, 고급 수입맥주 등을 먹을 것”이라며 “게다가 가정용 맥주와 소주의 판매량이 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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