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북한 매체가 2일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미(북·미)가 6·12 조미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수립을 지향해 나가는 때에 조미 사이의 교전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는 조만간 개최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지난 8월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종전선언의 무게를 낮춰 미국의 호응을 유도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끝난 직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신 북측이 원하는 추가 조치는 대북제재 완화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성의 지난 29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신뢰조성의 한 방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은 초기 조치로 주고받으면서 가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확인한 것으로 북측에게 종전선언은 협상 입구에 해당한다"면서 "폼페이오 장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과의 협상을 앞두고 비핵화 조치와 맞바꿔야 할 상응조치는 대북제재 완화라는 가이드라인을 상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사전·사후조치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논평은 특히 여러 핵시설 가운데 영변 핵시설을 "우리 핵계획의 심장부와도 같은 핵심시설"이라고 거론하기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매체의 이번 공식 입장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준다고 해도 제대로된 사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핵심"이라며 "이렇게 되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뒤로 미뤄지고 당분간 밀고 당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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