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소니 전시관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전시관이었을 것이다. 애완용 로봇 '아이보' 때문이다. 이 제품은 작년 11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19만8000엔(약 200만원)이란 비싼 가격에도 총 2만대가 팔렸다. 이번 IFA를 통해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귀여운 외관보다도 더 놀라운 점은 마치 진짜 강아지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OLED가 탑재된 아이보의 눈은 감정을 표현하는 듯 빛이 났다. 아이들이 머리를 쓰다듬자 아이보는 기쁘다는 듯 짖어 댔고, 손을 올리자 강아지처럼 손바닥을 맞추려고 했다.
소설과 영화는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마치 인간처럼 숨어 살아가는 로봇 '안드로이드'를 찾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의 일화를 담았다. 데커드는 더 많은 안드로이드를 사냥해 '전기양' 대신 진짜 살아있는 양을 키우고 싶어한다.
당시 영화를 보고 '망할 수밖에 없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2007년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100대 영화 중 97위에 해당할 정도로 영화사에서 족적을 남긴 작품이지만 1982년 당시에는 비평과 흥행에서 실패해 '저주받은 걸작'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16년 구글의 AI 알파고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영역처럼 여겨지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꺾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 IT 업계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화두는 AI가 됐다. 이번 IFA에서도 거의 모든 전자 업체들이 AI 플랫폼을 탑재한 서비스를 전면에 선보였다.
AI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분명 아이보는 AI가 컴퓨터 속 프로그램의 수준을 넘어 생명체와 동등한 수준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는 상당히 진전됐다. 영화처럼 언젠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와서, 인간의 명령을 거부한 AI와 인간 사이 전쟁이라도 펼쳐지지 않을까란 상상을 하게 된다.
베를린(독일)=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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