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주요 경제지표 간의 '냉ㆍ온탕'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수출은 역대 처음으로 연간 6000억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고용지표는 더 가파른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도 외형적 지표와 체감지표 간의 격차가 크다며 체감경기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는 '반도체 착시'에 의한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급격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통관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512억달러를 기록,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기준으로도 212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점차 확산되는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선방하며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5%나 뛰어오른 115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는 모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 심리지표다. 한국은행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체감경기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월 기준으로 74를 기록,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같은 달 99.2를 기록,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고용절벽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당초 정부와 한국은행은 각각 올해 취업자 수 전망을 32만명, 30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7월 이를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수 전망치가 반토막난 셈인데, 여기서 또 추가 하향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이보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연간 고용을 10만~15만명 수준으로 전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ㆍ정ㆍ청 전원회의에서 "외형적 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일자리나 소득분배 등 체감경기가 매우 나쁘다"며 지표 양극화를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러시아 간 북한군, 첫 교전서 사실상 전멸"…'인...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