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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가성비 갑 '제로빌딩'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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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서울 노원구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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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에어컨 없이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위가 지나간 이후 전기요금 통지서를 받으면 한숨만 나옵니다. 이럴 때면 "우리 집도 '제로에너지하우스(빌딩)'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집에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지요.
실제로 '제로에너지하우스(Zero Energy House)'나 '제로에너지빌딩(Zero Energy Building)'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열재, 이중창 등을 적용해 건물 외피를 통해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이나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충당함으로써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건물을 말합니다.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해 에너지 소비량이 최종적으로 '제로(Zero·0)'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건축물이지요. 줄여서 '제로빌딩'이나 '제로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소비량 대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생산량 비율인 '에너지자립률'이 20% 이상이 돼야 합니다. 에너지자립률이 20% 이상이면 5등급, 100% 이상이면 최고등급인 1등급으로 인증받게 됩니다.
다시 말해 건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20% 이상을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고, 냉난방이나 급탕, 조명, 환기 등에 고효율 설비를 적용해 일반 건물 대비 70% 이상 에너지 손실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로에너지빌딩은 서울 노원구의 '노원 EZ house'입니다. 노원 이지하우스는 국토교통부가 육성하고 있는 에너지 자립 주택으로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 121가구가 생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원 이지하우스는 같은 규모의 공동주택 대비 냉난방, 온수, 조명 등에서 연간 97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각 가구마다 외부 블라인드를 설치해 건물 내부와 외부의 열 이동을 최소화하고, 옥상에는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 1284개를 설치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충당해 에너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노원 이지하우스의 옥상과 벽면에는 수많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전력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노원 이지하우스의 옥상과 벽면에는 수많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전력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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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코오롱 에너지플러스하우스 등도 널리 알려진 에너지제로 빌딩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동의 외벽은 벽일체형 태양광시스템(BIPV)으로 유리창 역할을 하는 동시에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지붕과 바닥, 태양광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벽은 일반 건물의 2배에 가까운 125㎝ 두께의 단열재와 3중창을 사용해 건물 내의 열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런 시설로 연간 1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데 이는 중형승용차가 서울과 부산을 500회 왕복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습니다. 제로빌딩은 단순히 냉난방비 등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을 통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은 지구 전체 소비량의 36%를 차지합니다. 미국은 건축물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73% 정도를 차지하고,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이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이 전체의 83%나 됩니다. 세계 주요 나라들이 제로빌딩을 에너지 절감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주거부문, 2030년까지 공공건물의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의무화하고, 영국은 2016년부터 신규 주택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했고, 유럽은 2020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모든 신축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세계의 제로에너지빌딩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 시애틀의 불릿센터입니다. 이 빌딩은 '살아있는 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시애틀의 다른 고층빌딩에 비해 80% 정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운영비도 2배 정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지붕에 600여개의 태양광패널이 건물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빗물은 탱크에 저장했다가 식수 등으로 활용하며, 화장실 배설물도 퇴비로 재활용합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의 건설부 건물과 중국 광저우의 펄리버 타워 등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제로에너지빌딩의 대표적 건물로 손꼽히는 중국 광저우 펄 리버 타워. 건물 중간에 빌딩풍을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필요한 전력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제로에너지빌딩의 대표적 건물로 손꼽히는 중국 광저우 펄 리버 타워. 건물 중간에 빌딩풍을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필요한 전력을 생산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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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2020년까지 공공건물, 2025년에는 민간건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의무화했습니다. 이를 위해 2017년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을 개정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은 건물은 모두 21곳입니다. 이 중 3곳이 에너지자립률 20% 이상인 5등급 본인증을 받았고, 나머지 18곳은 예비인증을 받았습니다.

예비인증을 받은 건축물 중 제주시의 환경친화적 에코촌과 경기도 신청사, 함양군청의 행복안의 봄날센터 등 에너지자립률 60% 이상인 3등급, 울산남구청이 짓는 철새홍보관은 에너지자립률이 136.9%인 1등급 예비인증을 받았습니다. 올해 말까지 40여 개의 건물이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축 건축물의 70%를 제로에너지화할 경우 500MW급 화력발전소 10곳이 만들어내는 분량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 규모면 1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연간 1조2000억 원의 에너지 수입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다만, 제로에너지빌딩은 일반 빌딩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전문가들은 제로에너지빌딩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창이나 차양, 단열재 등 건축자재 패키지화와 냉난방과 조명 등 설비의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석유나 석탄을 쓰지 않고도 더 따뜻하고, 더 시원하게 살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이나 제로에너지하우스. 지나친 비용 때문에 제로 에너지빌딩 건설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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