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서울시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9세)는 퇴근 후 종종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본 뒤 귀가한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퇴근시간이 빨라지면서 여가시간이 늘었는데, 이 시간을 보내기에 영화보기는 비교적 쉬운 취미생활로 여겨졌다. 같은 직장인인 A씨의 남편은 대학 시절 이후로 발길을 끊었던 PC게임방에서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귀가한다.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 쌓여왔던 육아 스트레스를 각자의 여가시간을 통해 풀다보니 부부 금슬도 더 돈독해졌다. 무엇보다 평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식을 즐길 여유가 생기면서 집안 분위기가 더욱 화목해졌다. 밤늦도록 거래처 사람들과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을 전전하던 저녁시간 대신 간단한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점심시간으로 대체되면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시행 한 달만에 신용카드 사용액에서 큰 변화가 감지됐다. 문화·교육비가 증가하고 밤늦은 시간 유흥비는 줄었다. 가족들의 평일 외식은 늘었고, 늦잠을 자고 택시를 타던 직장인이 줄었다.
27일 KB국민카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전국의 주요 가맹점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달보다 이용 금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가맹점업종은 '비디오방 또는 게임방'으로 결제금액이 1억5091억원에서 4억1445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174.63%나 증가한 것이다.
평생교육 대표기업 '휴넷'이 지난 6월 29일 직장인 942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퇴근 후 계획을 질문한 데 대해 27.7%는 가족과의 시간을 꼽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취미생활(23.3%), 운동(19.1%),공부(16.2%), 휴식(8.9%), 계획없음(5.8%)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노래방ㆍ유흥주점 등의 유흥 부문은 각각 6.6%, 6.7% 느는 데 그쳐, 전체업종 중 가장 저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신용카드 결제 시간대도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지난 7월 하루 중 문화ㆍ취미 부문 결제 비중은 오후 7시 0.4%(전년동월대비), 8시 0.7%, 9시 0.7%, 10시 0.8%, 11시 0.7%를 나타냈다. 반면 유흥 부문은 오후 7시 -0.5%, 8시 -0.3%, 9시 0%를 기록했다. 이는 늦은 시간 유흥부문에서의 카드 결제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외식업종 중에서 가족끼리 외식을 뜻하는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 가맹점의 하루 중 이용시간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오후 6시와 7시에 뷔페 결제 비중은 지난해 7월보다 각각 1.7%, 0.8% 증가했다. 같은 시간 패밀리레스토랑은 각각 1.1%, 0.7% 늘었다. 가족과 평일에 외식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전 시간대에 택시를 이용한 결제 비중이 지난해 7월보다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전 8시 이전은 0.5%, 8시는 0.8%, 9시는 0.4% 각각 감소했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게 된 일부 직장인들이 오전 출근 시간 택시 이용을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KB국민카드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시행 첫 달인 지난달 개인취미 분야의 카드결제 비중이 커지는 등 변화의 조짐을 빅데이터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는지 여부는 확인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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