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다수 염전이 발전소 부지로 전환되는 실정”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서 30년째 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박래훈(61)씨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소금사업을 접으려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금값 폭락과 태양광 정책 확대로 많은 염전이 태양광 발전 부지로 바뀌고 있다. 사진 = 최종화 PD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방사능 공포로 천일염 사재기 열풍이 불던 당시 1kg당 500원을 호가했던 천일염 가격은 현재 1kg당 120~150원까지 떨어졌다.
7년 사이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소금 가격에 많은 염전이 소금 사업을 접고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 국내 천일염 최대 주산지인 신안지역에서만 지난해 폐전을 신청한 업체는 19곳, 면적만 65만9747㎡에 달한다.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서 30년째 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박래훈(61)씨는 최근 소금 일을 접는 문제로 고심이 깊다. “소금이 1kg에 150원 선인데, 한 가마(20kg) 가격이 담배 한 갑에 못 미칩니다. 생산원가 비용이 판매가격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4년을 끌고 왔어요. 올해가 (소금 생산이)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업계에선 천일염 한 가마(20kg)의 생산원가를 5000원 선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가에 소금 생산을 지속할수록 적자가 거듭되는 상황. 박 씨는 염전 운영과 생계유지가 가능하려면 한 가마 가격이 최소 6000원은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kg당 가격이 150원 선이 지속되면, 우리 염전은 인부가 두 명인데 그분들 인건비 주고 우리 부부 중 한 사람 인건비만 나오는 실정입니다”
박 씨는 부인과 함께 염전을 운영하면서 채염작업에만 2명의 인부를 고용하고 있었다. 그는 인부 인건비를 제하면 부부 중 한 사람의 인건비만 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최종화 PD
원본보기 아이콘소금값이 20kg에 10000원을 넘기던 2011년엔 이곳 염전에도 인부가 여럿 있었다고 했다. 현재 실태는 어떨까? “지금은 지역 인부 두 분을 쓰고 있습니다. 한 분은 소금 채렴 때만 고용해서 일당제로 일하고, 다른 한 분은 친척 형님이신데 채렴 일 도와주시면, 제가 형님 논에 가서 농사일을 도와드리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 지역 인부만 일하게 됐을까? 박 씨는 2014년 노예 사건으로 인해 외지 인부의 수가 급감했고, 지금은 공정의 대부분이 기계화됐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 외지 인부는 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가족과 연락망이 닿고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면 고용하지 않게 됐고, 소금값이 급락한 이후엔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고요. 9000평 미만의 염전은 부부간에 충분히 운영할 수 있게끔 많은 부분에서 기계화가 이뤄졌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소금값이 치솟았던 2011년 이후 쭉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설명한 박 씨는 최근의 소금값 폭락 배경으로 수입염을 지목했다. “값싼 수입 천일염이 들어오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 국내산이 밀리다 보니까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겁니다. 정부 주도로 소금을 수입하던 시절엔 수입량이 제한됐었는데, 지금은 민간 주도로 제한 없이 들어오니 국산 천일염은 밀려날 수밖에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지난해 외국산 천일염 수입량은 380만 톤에 달한다. “또 소비자분들이 저염식을 선호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밥상문화가 많이 달라진 것도 영향이 큽니다. 소금의 절대 소비량은 줄고 있는데 시설은 기계화가 됐지, 결정지 면적은 늘어나니까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천일염 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부 수매제와 같은 수급대책이 시급하다고도 토로했다. “2008년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해 많은 염주들이 빚을 내고 염전 시설을 개선했는데 수입염에 밀리지, 소비량은 점점 떨어지지 천일염 가격안정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는 당장 필요한 정책의 한 예로 변동직불제 도입을 언급했다. “벼농사와 같이 최저가에 대해 변동직불제를 적용한다면 소금생산자의 타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죠. 정부가 비축했던 천일염을 방출했을 때 소금값이 크게 폭락했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일관된 정책으로 소금 가격을 관리해야 생산자나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장판염 위생문제와 농약 염전 논란에 대해 염주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2011년 소금 생산에 방해가 되는 염전 주변 함초 제거 등을 위해 농약이 쓰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천일염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깊어졌다고 지적하자 박 씨는 농약을 쓸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우리 염전 주변엔 함초가 무성합니다. 염전에 농약을 쓸 이유가 없어요. 폭우가 와서 농약병이 떠내려온 걸로 염전에 농약을 쓴다고 해버리면 할 말은 없습니다.” 박 씨는 장판염에 대한 위생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 해명한다. “과거 토판염에서 장판염으로 넘어오면서 위생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가 됐는데, 지금은 바닥재를 타일로 시공해 그 부분은 많이 개선됐고, 일부 장판을 쓰는 데는 친환경 장판으로 교체한 상황입니다.”
각종 논란과 나날이 떨어지는 소금값에 그는 최근 신안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태양광 발전으로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 신의도에만 SK건설, 남동발전 등 대기업이 들어와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소금 산업이 계속된다면 우리도 그쪽(태양광 발전)으로 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아무리 정부가 지원하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이라고 해도 태양광 발전소는 혐오시설 아닙니까. 저도 가업이라 고민이 많습니다만 연말쯤엔 태양광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천일염 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천일염 소비처 확대와 원산지 표시 강화에 나섰으나 천일염 가격 하락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올해 신안군에 접수된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신청만 1600여 건에 달하며, 그중 허가가 난 사업만 13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 신안에서 염전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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