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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씨줄날줄] 잭슨홀 미팅과 통화정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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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미국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잭슨홀 미팅'이 열리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재무부 장관, 경제학자 등이 참석한다. 여기서 세계경제 현안과 각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해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시장구조의 변화와 통화정책 함의(Changing Market Structure and Implications for Monetary Policy)'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효과와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각국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과 더불어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은 특별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금융위기 전 5.00~5.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0.00~0.25%로 인하했다. 이도 모자라 2012년 9월에서 2012년 9월 사이에 3차례 비정상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미국의 본원통화가 2017년 12월 8372억달러에서 양적 완화를 종료한 2014년 10월에는 4조15억달러로 4.8배나 증가했다. Fed가 3조달러 이상 돈을 찍어낸 셈이다.

Fed는 이 돈으로 시장에서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사줬다. 이에 따라 2007년 말에 4.07%였던 국채(10년만기) 수익률이 2016년 7월에는 1.37%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Fed의 채권매수 확대는 상대적으로 가계와 금융회사를 포함한 민간부문의 채권 비중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또한 저금리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가계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었다. 양적 완화 전에 가계의 금융자산 중 9%였던 채권 비중은 6%로 감소했고, 반면에 주식 비중은 17%에서 20%로 증가했다.

저금리와 주식 수요 증가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9년 3월에 683까지 떨어졌던 주가지수(S&P500 기준)가 올해 1월에는 2872까지 4배 이상 올랐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가계의 부(Wealth)를 늘려 소비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올해 2분기까지 소비가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21% 늘어 같은 기간 18% 증가한 GDP를 웃돌면서 경기 확장을 주도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이후 2012년부터는 일본은행(BOJ)이, 2015년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더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 이 유동성이 신용등급이 낮은 선진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증가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을 큰 폭으로 상승시켰다.

이제 금융환경이 변하고 있다. 선진국의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모색하고 있다. Fed는 2014년 10월 양적 완화를 종료했다. 그 이후 올해 7월까지 본원통화가 10%나 줄었다. 또한 Fed는 2017년부터 만기도래한 채권의 재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 Fed의 자산이 5% 감소했다. ECB도 올해 말을 기점으로 자산 매입을 종료하기로 했다. BOJ는 연간 80조엔의 자산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올해 실제 매수 규모는 35조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이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종료와 정책금리 인상으로 단기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하면 할수록 미래의 소비와 투자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금리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7월 미국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0.28%포인트로 2007년 7월(0.18%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초에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경기 침체 신호다.

다음으로 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각종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는데, 그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거품이 붕괴됐다. 다음은 주식시장이다. 올해 1월 말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5% 정도 하락하는 등 세계 주요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내가 분석해보면 현재 경기가 가장 좋은 미국에서도 주가(S&P500지수)가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변수에 비해 20% 이상 과대평가돼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 변화가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이다.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각 경제주체의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 중심으로 선진국은 정부가 부실해졌고, 중국 등 일부 신흥국가에서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한국의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했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다. 금융시장 참여자라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투자 비중을 점차 늘려야 할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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