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홈캉스' 인기
호텔서 모든 것 해결하는 '호캉스'도여행 트렌드도 '혼자놀기' 문화 반영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간호사 이주희(29ㆍ여)씨는 올 여름 홀로 보내는 휴가를 만끽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4박5일의 휴가를 모두 제주도 한 호텔에서 보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피곤하면 실컷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 심심할 때는 여행지를 혼자 돌아다니거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혼자 여행 온 다른 여행객들과 파티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진정한 휴가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최근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등으로 대표되는 '혼자 놀기'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여행 트렌드에도 이 같은 현상이 반영되고 있다. 시끌벅적한 휴가 대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픈 이른바 '혼휴족'이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픈 젊은 층의 성향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따로 휴가지를 찾아 떠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홈캉스(Home+Vacance)', 호텔에 묵으면서 숙박ㆍ액티비티ㆍ식사까지 모두 해결하는 '호캉스(Hotel+Vacance)' 등이 대표적이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혼자 여행가기)'도 인기다.
혼휴가 반드시 미혼자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해 부부가 각기 다른 곳에서 휴가를 보냈다는 회사원 홍승래(38ㆍ가명)씨는 "아내와 휴가계획을 짜면서 매년은 아니더라도 2∼3년에 한 해 정도는 각자 편하고 선호하는 곳에서 재충전을 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지리산 종주를 했고 아내는 일본 맛집 투어를 했다고 전했다.
이를 방증하듯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홀로 보내는 휴가 '인증샷'이 넘쳐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기나 혼자 휴가를 보내는 법 등 '나홀로 휴가'와 관련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개인주의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문화가 삶의 지형도를 바꿔놓으면서 휴가를 보내는 방식도 점차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친구나 동료가 곁에 없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혼자 있어도 고립되지 않은 채 여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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