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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강, 그 춤추는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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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작가, 12일까지 학고재서 '이 그 빛' 개인전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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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지리산에 사는) 18년 동안 한 번도 같은 아침이 없었네요. 동이 틀 무렵 집 근처 섬진강에 쭈그리고 앉아 물의 흐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지요."

사진작가 이창수(58)는 자연과 동화돼 가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새벽 3시면 일어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불현듯 마음이 움직이면 집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강가에 간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진기자였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16년 동안 뿌리깊은나무,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일했다. 마흔을 앞둔 1999년 회사를 그만두고 이듬해 지리산에 들어갔다. 녹차농사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내가' 꼭 이루려는 마음에서 '내가'를 빼기 위해서예요. 원래 5년 더 다니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러면 제가 원하는 게 그만큼 유예가 되는 거잖아요."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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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는 이달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이 그 빛' 개인전을 연다. 지리산을 주제로 한 '움직이는 산, 지리(智異)'(2008, 학고재)와 '숨을 듣다'(2009, 성곡미술관) 이후 세 번째 전시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주제로 전시를 세 번 열겠다던 다짐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섬진강 수면의 빛을 촬영한 사진 서른세 점과 영상 한 점을 선보였다. 흐르는 강의 한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사진을 찍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물은 다양하게 일렁거린다. 수많은 흰색 선이 표현한 물결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때로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움직이는 산, 지리'전의 경우 지리산에 살고 있는 것들을, '숨을 듣다'전은 좀 더 세밀한 부분을 담으려고 했어요. 이번에는 쉼 없이 움직이는 강을 대해 표현했지요. 좀 더 다가가서 빛을 바라보니까 정말 미시의 세계인 거예요. 신기하게도 그곳에 거시적인 세계가 있었어요. 훨씬 더 큰 우주가."

이창수 작가 '방금 있다가 지금은 없네'

이창수 작가 '방금 있다가 지금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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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는 이번 전시에 걸린 사진 중에 대표작으로 '방금 있다가 지금은 없네'를 꼽았다. 그는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공(空) 사상을 담았다. '마지막 빛을 보았느냐' 등과 같은 금강경에서 말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어느 한 작품이 대표성을 갖기보다 이번에 내놓은 서른세 점이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가만히 보면 사진마다 짧은 구절이 붙어있는데 제목이 아니고 전체가 이어지는 이야기로 보면 됩니다."

이창수 작가 '밝은 빛 자리하고'

이창수 작가 '밝은 빛 자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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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더 찍으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사진만을 위한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들을 본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작품들이) 전시 공간을 꽉 채운다'고 한 말을 전하며 즐거워했다. 그런 결과를 원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본질은 찾기가 어려우니 껍데기를 볏겨 보고 싶었어요. '섬진강' 하면 떠오르는 벚꽃 같은 이미지를 버리니 빛이 보였고, 그 마저 없애버렸더니 물과 빛이 뒤섞어서 한 몸이 되었어요. 찰나의 진중성, '덧없지 않다'는 메시지를 느끼고 가시기를 바래요."

이창수는 2011년 700여 일에 걸쳐 히말라야 설산을 촬영했다. 2014년 예술의전당에서 히말라야 14좌 사진전 '이창수ㆍ영원한 찰나'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히말라야를 찍은 건 거시적인 것이고 이번엔 미시적 관점에서 큰 우주가 보인 것"이라고 했다.

2009년에는 '내가 못 본 지리산'을 출간했다. 지리산에 들어간 뒤 겪은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떠올리면서 "이번 전시회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내가 못 본 섬진강'이다. 여기서 '내가'는 작가가 아니고 바로 여러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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