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식 대란과 대규모 정비 지연 사태 등으로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싱가포르 등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광화문 사옥과 CJ대한통운 보유지분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9000억원을 마련하며 상반기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다. 하지만 오는 2019년 1월1일부터 운용리스 비용을 부채에 포함하는 내용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6) 적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보유 항공기의 60%(76대)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운용리스 비용은 2조4876억원(별도기준)이다.
연말 부채비율 추정치 562.1%(기말 환율 1110원 가정)를 새 회계기준에 적용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초 부채비율은 1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경된 회계 기준 적용시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초 예상 부채비율은 9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기말환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1000%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현 주가는 4170원(30일 종가 기준) 액면가 이하로 유상증자 실시가 어렵고, 지난달 실시한 9.5%의 고금리 영구채 발행도 투자자가 모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해외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채권 발행 환경도 악화되고 있고 기말 환율 상승 추세도 차입 부담을 낮추는데 부정적이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36억원(증권가 컨센서스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0% 감소하고 순손실이 5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등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 등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가 실질 가치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차입 여력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기내식 대란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고 박 회장 오너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채권단의 자구이행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 수요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영역이 대동소이한 양대 항공사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기재 전략 탓이다. 대당 2000억~4000억원을 웃도는 항공기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초기 투자 부담이 적은 운용리스 방식을 선호해왔다.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크고 조달 여력이 높은 대한항공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리스 방식을 취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