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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여객기에는 왜 낙하산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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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을 타고 지상침투 훈련 중인 특수전부대의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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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수백명의 승객이 타는 여객기에는 왜 낙하산이 없을까요? 위기상황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텐데요.
몇 년전 미국의 온라인 최대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답변한 '비행기에는 승객들을 위한 낙하산이 없는 이유'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쿼라는 한국의 '네이버 지식iN'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이트인데 쿼라의 답변과 과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여객기에 낙하산이 없는 이유는 '낙하산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타는 이동수단인 여객기에 낙하산이 필요 없는 몇 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너무 무겁기 때문'입니다.

낙하산은 부피가 매우 크고 무거운 만큼 가격이 비쌉니다. 과학자들은 200파운드(약 70㎏) 무게의 낙하물을 6.7m/sec로 감속하는데 필요한 낙하산의 무게는 14.1㎏(31파운드) 정도라고 추산합니다. 다시 말해, 몸무게 70㎏인 성인 남자 1명당 최소 14㎏의 낙하산 하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승무원과 승객을 합치면 400명 이상이 탑승하는 대중화된 여객기인 B747-400의 경우 14㎏짜리 낙하산을 400개 이상 실어야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B747-400에는 최소 5600㎏(5.6톤)에 달하는 낙하산을 실어야 한다는 계산이지요.

탑승자들이 각각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비행기 자체가 낙하산을 펼친다고 가정할 경우는 어떨까요? 최대착륙중량 28만5710㎏(286톤)인 B747-400의 경우 낙하산의 크기가 23만6731㎡는 돼야 하는데 그 무게를 계산하면 117만5261㎏(1175톤)이나 됩니다. 기체보다 더 무거운 낙하산을 짊어지고 날아다녀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송기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낙하산부대원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수송기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낙하산부대원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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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승객이 각각 하나씩 메고 뛰어내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문제는 실을 곳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구명조끼가 차지한 좌석 아래에 추가로 낙하산을 비치할 공간이 없습니다. 게다가 너무 무겁습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기체의 도장도 벗겨내는 마당에 5.6톤이나 되는 무거운 짐을 항상 싣고 다녀야 할까요? 또 낙하산은 정기적으로 유지 보수해줘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비용이 듭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는 일반 여객기 승객들은 낙하산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낙하산은 어깨에 메고 줄만 당기면 되는 것이 아닌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출발전 동영상 교육만으로는 낙하산을 메고 펼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운이 좋아 잘메고, 잘 뛰어내려서, 잘 펼쳐지기까지 했더라도 안전한 착지는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분초를 다투는 위급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고도로 훈련되지 않은 일반 승객이 낙하산을 어께에 메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하늘에서 뛰어내려서 낙하산을 펼친 뒤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또 일반 여객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비상탈출을 시도하려면 출구를 다시 디자인해야 합니다.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려도 날개나 꼬리에 곧바로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낙하산으로 탈출해야 한다면 항공기 꼬리 부분의 출입문을 이용해야 합니다.

과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롤러코스트처럼 순식간에 급강하 하기도 하는 위급한 상황의 비행기 안에서 낙하산을 제대로 어깨에 멜 수는 있을 것이며, 꼬리부분의 출구까지 순서를 지켜가며 차례차례 뛰어내릴 수 있을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용기있게 뛰어내려도 낙하산을 펼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이라면, 착륙할 곳이 육지가 아닌 바다라면 생존확률이 높아질까요?

결국 이런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낙하산 탈출도 생존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비행기 사고 중 낙하산으로 뛰어내릴 수 있을 만한 사고는 1989년 유나이트디 항공사 232편 추락사고가 유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 232편이 수시티 공항에 불시착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유나이티드항공 232편이 수시티 공항에 불시착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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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7월19일 미국 덴버에서 시카고를 경유해 필라델피아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브 232편은 제2엔진의 파손과 방향타 및 승강타가 조종불능 상태임에도 34분 가량 나머지 엔진 출력 조절을 통해 운항을 계속해 아이오와주 수시티공항에 불시착합니다.

유압계통 불능으로 엔진 출력조절로만 착륙해야 했던 까닭에 착륙 속도가 엄청나게 높았고, 그 속도로 지상과 부딪히면서 기체는 여러 조각으로 파손됩니다. 결국 296명의 탑승자 중 111명이 목숨을 잃고 185명이 생존합니다. 전문가들은 승무원들의 탁월한 조종술로 비행하고, 비상착륙까지 시도한 가운데 185명이 생존한 사실에 대해 기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낙하산으로 뛰어내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유일한 사고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이 사고기에 낙하산이 있었다면 34분 동안 몇 명이나 뛰어내릴 수 있었으며, 또 뛰어내린 사람 중 몇 명이나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불시착해 생존한 185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항공사들이 낙하산을 여객기에 비치하지 않는 이유는 연비를 위해서도, 탑승객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효율적이기 않기 때문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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