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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거리 건물 옥상에서 방 안을…몰카·도촬 안전지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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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22층을 300m 거리 밖 건물 옥상에서 카메라로
피해자 A씨, 인상착의 주소 노출 돼 신변 위협 두려움
최근엔 드론 이용한 고층아파트 몰카 촬영도
300m 거리 건물 옥상에서 방 안을…몰카·도촬 안전지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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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공중화장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몰래카메라(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망원카메라를 이용해 집 안을 도둑촬영(도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새벽 1시.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피해자 A씨는 늦은 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를 찾아온 이들은 경찰로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에게 DSLR 카메라를 내밀었고, 카메라에 속 영상엔 한 여성이 나체로 허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해당 영상을 본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늦은 밤 상당히 먼 거리에서 찍힌 영상이었지만 A씨는 물론 경찰 역시 영상 속 인물이 단번에 A씨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기 때문이다. A씨가 더욱 놀란 것은 A씨가 거주하는 곳은 20층 높이의 오피스텔로, 창문이 왕복 10차선 대로변을 향하고 있어 주변엔 집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A씨에게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도촬범은 A씨 집에서 직선거리로 300m가 넘는 6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다. 그는 밤 12시가 넘는 시간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건물 옥상에 올랐고, 이를 수상하게 건물 거주자가 112에 신고해 발각됐다. A씨에 따르면 도촬범은 “2주전 (옥상에) 올라갔는데 호기심으로 줌을 당겨서 보기만 했고, 그날엔 우연치 않게 한 컷 정도 동영상을 찍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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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촬범은 잡혔지만 A씨는 경찰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A씨는 “가해자가 범행사실을 인정했고,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조사만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경찰은 법에 따라 일처리를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강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유포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내 인상착의와 주소까지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만 경찰로부터 이와 관련해선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 같은 상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렸고, 여성들은 공감과 분노를 표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5·여)씨는 “자취생활을 하며 단 한번도 창문 커튼을 걷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며 “대학가에선 실제로 남성들이 여성 자취방을 들여다보는 사건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2·여)씨는 “외출 시 몰카 걱정으로 최대한 공중화장실 이용은 피하는데 이제는 내 집에서도 편하게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가해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2일엔 인천 서구에선 고층 아파트 거실 창문 앞에 드론을 띄워 집 내부를 불법 촬영을 했다는 몰카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아파트 22층에 거주하는 B(31·여)씨는 베란다 밖에 드론이 떠 있는 것을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B씨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거실 창문 밖에 떠 있던 드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자 해당 남성은 달아났다.

이후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은 해당 드론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는지 알 수 없어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급기관인 서부서에 사건 발생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언론사에 제보를 하자 경찰은 신고 8일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이 외에 지난해 7월에도 대전에서 ‘드론 몰카’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한 달 넘도록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다가 SNS에서 논란이 일자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비판을 받았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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