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고집하는 카페 고객 내보내세요"…환경부의 황당 지침(종합)
8월1일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시 과태료 부과
환경부, 자율협약 업체와 간담회…과태료 부과 기준 없어
각 지자체 단속에 따라 달라…환경부의 황당한 지침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8월1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무엇입니까?"
"고객에게 강하게 머그컵 사용을 권해야 합니다. 무조건 일회용컵을 달라는 고객들은 나가라고 하세요."
환경부가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다. 다음달부터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빈축을 사고 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회용컵을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매장에서 나가라고 하라는 등 황당한 지침을 내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기준없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과태료 부과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제도가 시행되면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환경부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자율협약을 맺은 21개 업체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지자체가 단속이 제외되는 자율협약 업체에게까지 과태료를 받겠다고 엄포를 놓아 업계의 불만과 혼란이 고조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리로 만든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발표했고 21개 업체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게 업계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업체의 불만과 요청을 듣고도 환경부가 애매모호한 답변만 되풀이한 채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 가맹본부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의 경우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 지자체가 자원재활용법 '사용억제'를 '사용금지'로 해석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과태료를 받겠다고 한다"며 "이에 대한 환경부의 정확한 지침을 기대하고 참석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발적 협약 업체들을 단속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지만 환경부는 입을 닫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재활용법 제10조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가 아니라 '사용 억제'다. 특히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일회용품을 스스로 줄이기 위한 협약을 환경부장관과 체결해 이행할 경우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 과태료 부과 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각 지자체는 매장에 1명이라도 일회용컵을 쓰고 있으면 과태료를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B 가맹본부 관계자는 "매장내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고객의 비율을 본다면서도 비율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회색구역(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구역)이 있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답을 늘어놨다"며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을 권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받는다고 강하고 진전성있게 해야 한다는 답변만 내놨다"고 꼬집었다.
환경부의 황당한 지침도 논란이 됐다. C 가맹본부 관계자는 "직원 권유에도 매장안에서 먹는데 계속 일회용컵 사용을 원하는 고객은 나가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환경부가 얘기했다"며 "업계 현실을 모르는 얘기로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컵파라치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이 제도는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사진을 찍고 제보하면 보상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컵파라치 제도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시기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시행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은 혼돈 그 자체다. 24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D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머그컵 파손이 일 평균 한개씩 나오고 있다"면서 "일부 진상 고객의 경우 다치지도 않았는데 병원비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해당 가맹본부 관계자는 "머그컵 파손으로 계속 수량 요청이 많아 발주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머그컵을 둘 공간이 없는 매장도 많아 인테리어 변경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지역의 E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요즘 텀블러 진상 고객이 많아 고객 주문 시간도 길어져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한 번은 찐득한 액체가 묻어 있는 텀블러를 씻는데, 5분이 넘게 걸리면서 수 많은 고객에게 항의를 받고 욕까지 들었다"고 울먹였다. 이 관계자는 "'텀블러 세척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F 가맹점주는 "머그컵 권유에도 강하게 거부하는 고객이 많고, 잠깐 앉았다 나가니 일회용컵에 달라고 하고 한 시간 이상 앉아있는 손님도 있는데 그때 지자체가 단속을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가맹본부에 물어봐도 최대한 머그컵을 사용해달라는 소리만해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는 '사용금지'라고 밀어붙이는데, 결국 단속을 나온 당시 공무원의 마음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 아니냐"면서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음에도 불구, 세수 확보 차원에서 막무가내식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일침했다.
한편 환경부는 앞서 보여주기식 정책 추진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10일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등을 사용하면 음료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내용에 대해 20여곳의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업계는 공문만 전달받았다. 이에 대한 논의나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공식 발표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당초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면 가격의 10%를 할인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협의 되지 않았던 내용. 결국 10% 이하의 금액을 할인하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환경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주식 2.6억 몰빵 후 감옥 갔는데, 1050억 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어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자발적 협약에 빠지라는 '압박' 뿐이었다"면서 "자발적 협약에서 빠지게 되면 매장에서 아예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어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협박에 협약서에 사인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몇 업체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거론하자 그럼 협약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니 어떤 불만 사항도 목소리를 높여 말할 수가 없었다"며 "이제는 협약을 맺은 업체들 위주로만 단속을 나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