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생산량, 소비량보다 5390만톤 부족
밀 가격 폭등 전망... 제2의 '아랍의 봄' 사태 우려


폭염發 '밀가루 대란' 올까... 호주 이어 러시아 밀 생산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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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 여파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곡물 가격이 전 지구적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상승세가 전망되면서 여름 이후 하반기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먹거리의 식재료로 이용되는 '밀(wheat)'이 폭염과 가뭄 속에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의하면, 미국 농업부(USDA)의 '세계 곡물 수급동향과 전망'에서 러시아의 2018/19년 밀 생산량은 전년대비 1649만톤(t) 감소한 685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연합(EU) 역시 전년대비 218만톤 감소한 1억494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크라이나도 전년보다 48만톤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전년대비 237만톤, 250만톤 증가가 예상되고, 호주도 350만톤 증가가 예상됐지만 4월 이후 지속된 폭염과 가뭄, 산불 등의 여파로 실제 생산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도 가뭄이 심하게 진행 중인 호주의 경우, 실제 생산량은 오히려 예년대비 120만톤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밀 생산량은 1.7% 정도 감소하고 이에 비해 소비량은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폭염과 가뭄 피해로 올해 밀 수확도 빨리 시작한 러시아의 경우, 밀 수출가격이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있어 품질 저하와 수급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호주의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지역의 밀 수입을 늘린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물가변동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시간 기후 측정사이트 'climate reanalyzer'에 나온 지구 기온 상황. 시베리아 지역부터 호주에 이르까지 대륙 대부분 지역이 30도 이상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 지구적인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곡물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자료= https://climatereanalyzer.org)

실시간 기후 측정사이트 'climate reanalyzer'에 나온 지구 기온 상황. 시베리아 지역부터 호주에 이르까지 대륙 대부분 지역이 30도 이상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 지구적인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곡물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자료= https://climatereanalyz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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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를 덮친 '열돔(Heat Dome)' 현상에 따른 여름기온의 이상급등으로 세계 주요 농업지역들의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밀을 포함한 세계 전체 곡물생산량도 소비량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업부 전망에서 2018/19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5억6100만톤, 소비량은 26억1490만톤으로 전망돼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5390만톤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곡물 재고량 역시 전년대비 8.4% 감소한 5억844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는 2011년 발생한 '아랍의 봄'과 같은 정정불안이 더 많은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여러 독재정권의 연쇄적 붕괴와 내전상황이 발생하기 직전 여름이었던 2010년 여름에도 세계 밀 가격이 폭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중동의 정정불안의 주 요인으로 꼽힌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7월 대폭염으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곡물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으며, 식량난 심화 속에 튀니지를 시작으로 민주화 시위와 내전이 중동 전역으로 급속도로 확대됐었다.


지난달 4일 요르단에서 벌어진 증세 반대시위 모습. 생필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요르단 정부가 긴축정책과 증세안을 발표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으며, 총리가 결국 사임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4일 요르단에서 벌어진 증세 반대시위 모습. 생필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요르단 정부가 긴축정책과 증세안을 발표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으며, 총리가 결국 사임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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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사태에서 벗어나 있었던 요르단, 터키, 이란 등 중동지역 내 경제력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던 국가들도 시리아 내전의 장기화에 따라 수백만명의 난민이 유입되면서 물가가 폭등,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세계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까지 덮칠 경우, 이들 국가의 정정불안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폭염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도 비상이다. 곡물가격 뿐만 아니라 채소가격이 폭등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평년수준을 회복했던 배추와 무 가격의 폭등이 다시 시작됐다. 이달 중순 배추가격은 평년 대비 28%, 무는 4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 고랭지 채소 수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1994년 대폭염 당시에도 여름철 평균 물가상승률이 5%를 넘었고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상승률이 10%를 넘어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바 있다. 폭염이 장기화 될 경우, 농축산물 물가 상승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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