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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럽 경제지표를 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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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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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비수기'인 7월에도 고객 세미나에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미ㆍ중 무역 전쟁'이지만 그다음으로 질문이 많은 주제가 바로 '유럽 경제지표의 악화'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작성한 지난 5월 유로존 경기선행지수는 99.99포인트를 기록해 경기 판단의 기준선(100포인트)을 하회했다. 더 나아가 6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9포인트에 그쳐 지난해 말에 기록했던 60.6포인트보다 5.7포인트나 떨어졌다. 미국 경제와 쌍벽을 이루는 거대 경제권의 경기 둔화는 투자자 입장에서 비관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유럽 경제지표는 그렇게 중시할 변수가 아니다. 장기에 걸쳐 볼 때 유럽 경제는 항상 미국 경기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0년 유럽 재정 위기다. 2009년 말 그리스의 국가 부채 이슈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작 유럽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든 것은 2011년 여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의 일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관적인 설명으로는 '권력의 분산'에 따른 의사 결정의 지연을 들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연정 사태에서 보듯 유럽은 수많은 나라로 구성된 경제 공동체이기에 구성원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까닭에 2008년이나 2011년처럼 강력한 경기 하강의 위험이 부각될 때 행동으로 나서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경제 규모는 비슷하지만 행정부가 단호하게 경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시차를 낳는 두 번째 원인은 '중앙은행'이다. 유럽도 ECB라는 중앙은행이 있지만 2011년의 사례에서 보듯 큰 실수를 빈번하게 저질렀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 다른 나라로 재정 위기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었건만 당시 ECB는 금리를 두 차례나 인상해 제2차 재정 위기를 유발하고 말았다. 물론 ECB의 실수 뒤에는 독일이라는 배후가 있었다. 당시 재스민 혁명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독일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이탈리아처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는 금리 인상이 이자 지급의 부담을 더욱 높이고, 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고난을 외면하고 있음을 일깨워줬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페이스북부터 구글까지 미국을 제패한 기업들은 세계도 호령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시장에서 승자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계의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인증 마크'가 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 외의 국가에서 성장한 기업 중에 미국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또 성공했다 해도 그 기세가 쉽게 꺾이곤 한다. 기업들조차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미국 경제가 급격히 침체하거나 혹은 갑작스러운 호황을 겪는 일은 유럽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의 소비자와 기업인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은 미국 경기가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선행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유럽 경제지표에 대해 일절 관심을 가지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세계의 주요 경제권역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미리 알아두고 지표를 해석하자는 이야기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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