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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주군의 여인』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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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꼬엔 (Albert Cohen, 1895~1981)은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오스만튀르크 국적의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가족이 프랑스 마르세유로 이주한 뒤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인으로 자라난다. 열 살 때 길을 걷다가 행상에게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욕설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이때부터 유대인과 유럽인의 경계에 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이 말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작품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1914년 스위스 주네브 대학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1919년 오스만튀르크 국적을 버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다. 20년 넘게 국제노동기구, 국제난민기구 등에서 일하며 격변하는 20세기 초중반 유럽사를 관통해온 그는 1946년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을 작성하고, 이를 자신이 쓴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했다. 국제공무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에세이와 소설을 발표해오다가 1951년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고 필생의 역작인 ‘유대인 무훈시’ 완성에 매진한다. 꼬엔에게 작가로서 명성을 가져다준 이 연작은 『쏠랄』(1930), 『망주끌루』(1938), 『주군의 여인』(1968), 『용자들』(1969)로 이어지는 ‘쏠랄과 쏠랄가(家) 사람들’ 이야기로 그의 전기적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군의 여인』은 대중적·문학적으로 가장 빛나는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현대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새로운 안나 까레니나 혹은 마담 보바리의 사랑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출간된 해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고, 1999년 『르몽드』 신문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꼽혔다. 1998년에 재출간된 폴리오판은 2주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큰 화제를 낳았다. 1999년 『르몽드』 신문이 한세기를 결산하며 소설, 시집, 철학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에 32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930년대 스위스 호반 도시 주네브. 뭇 여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훤칠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국제연맹 사무차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진 쏠랄은 주위의 속물적 인간들에 신물을 느끼며 자신의 외모나 지위에 영향 받지 않는 절대적 사랑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부하 직원의 아내 아리안에게 첫눈에 반하고, 추한 유대인 노인으로 분장한 채 아리안 앞에 나타나 구애한다. 이 어리석은 시도는 당연히 실패하지만, 쏠랄은 나락에 빠진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마지막 끈이라 믿는 아리안을 포기하지 못한다.

아리안은 유서 깊은 주네브 귀족 가문 출신으로, 노상 출세할 궁리만 하며 쉼 없이 떠들어대는 남편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히말라야 여인”이라는 몽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야기는 이들 두 사람과 아리안의 남편, 즉 무능하고 범속한 인간이지만 너무 착해서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없는 아드리앵을 중심으로 때로 우스꽝스럽게, 때로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결국 쏠랄과 아리안은 서로에게서 허무와 순수라는 거울상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알베르 꼬엔 지음/윤진 옮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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