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소송에 진 불법 점유 민간인, 항소 및 퇴거 거부...내년 8월15일 복원·공개 차질 우려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의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근대 가옥 '딜쿠샤'(힌두어 이상향)를 복원해 3ㆍ1운동ㆍ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공개하겠다던 서울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불법 점용 거주민들 중 유독 1가구가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이주를 거부해 공사 착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 곳에 살고 있던 12가구 중 11가구를 설득 또는 강제(명도소송ㆍ대집행)을 통해 지난달 말까지 이주를 마쳤다. 나머지 1가구에 대한 명도 소송에서도 최근 승소했다. 하지만 패소한 1가구가 최근 법원에 항소하고 이주를 거부하면서 계획된 8월 공사 착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안 그래도 시는 지난 3월 공사를 착공하려다 이주 거부 가구들 때문에 내년 3ㆍ1절 공개 계획을 8ㆍ15 광복절로 5개월 여 늦춘 상태였다. 이주 거부 1가구는 그동안 불법 점유 및 내부 훼손을 주도하고 타 입주민들에게 주인 행세를 하며 임대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년 이상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점유하고 살았기 때문에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집은 1919년 3ㆍ1운동 당시 미국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었다. 테일러는 1942년 한국을 떠날 때까지 이 집에 살면서 일제에 맞선 한민족의 독립 운동을 해외에 널리 알려 온 인물이다. 3ㆍ1운동 때 한국 민족대표 33명이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입수해 동생을 시켜 몰래 해외로 반출, 보도하고 제암리 학살 사건을 기사화했다. 1948년 사망한 후 한국에 묻히기를 소망,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안치돼 있다.
정부와 시는 이 집의 이같은 역사성과 함께 건축사 측면에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8월 국가 등록 문화재로 등록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총 면적 623.76㎡ 규모의 빨간 벽돌집으로 영국과 미국의 주택 양식이 절충됐다.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례로 보고 있다.
시와 정부는 국ㆍ시비 25억원을 들여 원형을 그대로 복원한 후 테일러 외에 석호필(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ㆍFrank W. Schofield) 박사 등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한 서양인들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또 경교장ㆍ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등 주변 역사 유적과 연계해 '근대역사문화 클러스터'의 중심지 및 주민 향유 시설 운영하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2016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원형 복원을 위한 학술연구, 전시 기본 계획, 복원 설계 용역까지 마쳐 놓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이주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2심ㆍ3심까지 가게 되면 내년 복원은 불가능하고 요즘 사회 분위기로 봐선 강제 대집행도 힘들어서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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