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 조성을 위해 전방 일반 전초(GOP) 등에 위치한 98개 주둔지 철수방안을 검토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경우 전력보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MZ 내 중화기 철수도 문제다. DMZ에서는 원칙적으로 권총 등 개인화기 외에 중화기를 반입할 수 없다. 하지만 남북 양측은 이미 중무장한 상태다. 북한은 DMZ 내 GP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했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해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GP에 반입했다. 급기야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도 2014년 9월 DMZ 내에 중화기 반입을 허가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이로 인해 북한 GP에서 우리측 지역으로 오발탄이 발사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오발을 포함해 우발적인 총격이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북한 GP는 우리 군 GP(60여개)보다 2.6배 많은 160여개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전체 GP 병력은 1만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DMZ 내에 있는 남북한 GP에 근무하는 병력은 모두 1만2000여명이 넘는 셈이다. 이런 규모의 병력이 최근접 거리에서 대치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DMZ가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주둔지를 철수한다면 전시상황에 북한군에게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 반대로 북한이 GP병력을 철수한다고 선언해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확고한 평화지대 움직임 없이 군이 먼저 DMZ 주둔지 철수를 논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한다. 우리 군은 2005년 7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에서 DMZ 내 GP를 공동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당시 회담에서 수석대표인 문성묵 국방부 대북정책과장(대령)이 북측 수석대표인 유영철 북한 인민무력부 대좌(대령)에게 GP 공동 철수 방안을 꺼내자 유 대좌는 "그 문제는 지금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양측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것이 많다. 한 가지씩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차장은 "DMZ내 우리 군 주둔지를 철수하는 계획은 통일이 임박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계획"이라며 "전시상황에 북한이 1시간 내에 우리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은 수많은 회담과 접촉을 통해 군사분야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기 단계의 조치들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등으로 해당 조치들이 이행되지 않은 전례가 수두룩하다. 또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간 대결과 반목을 반복해왔다. 7ㆍ4공동성명(1972년)과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6ㆍ15남북공동선언(2000년), 10ㆍ4정상선언(2007년) 등을 통해 적대행위 중단과 화해, 그리고 교류협력 확대를 말해왔지만 남북관계는 도발과 비난, 그리고 관계 단절로 점철됐다.
일각에서는 DMZ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전력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DMZㆍNLL 일대의 긴장완화를 위해 전력철수와 정찰비행금지를 요구할 경우 우리 측이 화답하면서 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155㎜ K-9 자주포(사거리 40여㎞), 차기 다연장로켓포(MLRS) '천무'(사거리 80㎞)를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또 경기 동두천에 있는 주한 미 2사단 예하 210 화력여단도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전력이다.
김진형 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은 "북한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둔지 철수는 말이 안된다"면서 "평화모드가 이어져도 군이 무장해제를 하는 것은 성급한 조치"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국 아니고 한국 맞아?"…스타벅스에 프린터 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