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종착점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17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현재 53.41%에 불과하다. 강원도ㆍ충북ㆍ경북 등 일부 도의 자립도는 26~4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고보조금, 지방 교부금 등의 형태로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 충당한다. 기초 단체의 사정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상황하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있다. 국고 보조금을 타낼 수 있는 사업을 벌이거나, 재산세 수입을 늘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취득세, 재산세율 인상은 조세 저항의 우려 때문에 선출직 단체장으로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니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취득ㆍ등록ㆍ재산세)을 부과할 대상을 늘리는 것 말고는 없다. 지자체들이 난개발의 안간힘을 쓰면서 아파트 건설 등에 힘을 쏟는 것은 지역의 개발 논리에 밀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취약한 지방 재정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재정자립 혁신 방향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6대 4까지 지방세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7대 3으로 조정하기만 해도 연간 20조원을 전국 시도가 받게 된다. 올해 전국 시도의 총 세입 예산이 210조원인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긴 일본은 이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 4로 돼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복지 재원 확충 등 할 일이 산적해있어 중앙정부의 예산이라고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이양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4대 지방자치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서 소(小)통령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단체장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질 경우 예산은 물론 법 집행에 있어서도 지역 유지의 입김이 더 세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과는 달리 언론과 의회의 역할이 활발하지 않은 지방에선 견제 없는 권력이 가져올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앙과 지방이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지방 분권을 실시하려면 견제와 균형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최성범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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