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출현한 게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이름 그대로 가격이 안정된 코인을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담보를 이용한다. 테더는 달러를 담보로 잡았다. 테더 토큰(USDT) 하나가 1달러와 같다. 그래서 USDT 수량만큼의 달러를 은행에 예치한다. 실제로 그만큼의 달러를 예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많은 거래소에서 여러 가상통화를 USDT로 교환해주고 있다. 거래소에서만큼은 USDT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USDT 가격은 최저 93센트, 최고 1달러3센트였다. 대부분 1달러에 거래된다. 가격이 아주 안정적이다.
다이는 이더를 담보로 잡았다. 즉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통화가 담보다. 그런데 이더도 비트코인처럼 변동성이 크다. 당연히 이더만을 담보로 해서는 변동성을 줄이기 어렵다. 그래서 가격안정성을 위한 복잡한 보조 기법이 필요하다. 골드민트는 금이 담보다. 비교적 가격이 안정된 실물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카본코인이나 베이스코인은 통화 수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킨다. 담보 없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억지로 하는 변환이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꾼다고 저절로 혁신이 되는 게 아니다. 변환 후 직면하게 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가상통화는 그 고통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며칠 전 끝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사 입찰 후 대금의 일정 부분을 그 지역의 지역화폐로 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야 공사대금의 일부라도 그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통화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지금도 가상통화는 진화하고 있다. 2013년 처음 나타난 가상통화공개(ICO)는 백서 한 장으로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기존 기업들이 ICO를 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거래소들이 토큰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가상통화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상통화는 화폐, 자산, 상품, 증권 등의 성격을 다 지닌 데다 스스로 은행 역할도 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해 정말이지 참으로 해괴한 잡것이다. 이 잡것이 어떻게 더 진화할지 더 두고 볼 일이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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