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위대한 발명·발견과 실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위대한 발명·발견자로 명성이 드높은 사람은 실수를 지나치지 않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 속에 담긴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연구팀 동료 중 한 명인 줄리언 힐이 가열된 폴리에스테르를 비이커에 담아 장난삼아 휘저었습니다. 아마도 실험에 실패한 폴리에스테르를 비이커에서 씻어내려다 잘 안되자 가열해 휘저어 없애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비이커를 휘젓던 막대를 들어 올리는데 폴리에스테르가 거미줄만큼 가늘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실과 같은 물질이 되는 것을 본 캐러더스는 흥분합니다. 폴리에스테르에 이런 성질이 있다면 자신이 실험실에 방치해둔 폴리아미드에도 이런 성질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실험을 시작해 나일론을 발명합니다.
그 덕분에 듀퐁사는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캐러더스는 비관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그는 새로운 중앙연구소 소장의 상업적 성과주의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를 '산업의 노예'라고 비관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다 1937년 41세의 나이에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합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미국의 앨런 맥더미드, 앨런 히거와 함께 2000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도 실수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입니다.
시라카와는 도쿄공업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초반 유기고분자 합성실험을 하다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원생이 실수로 촉매를 1000배나 더 첨가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실수로 갑자기 은색의 광택을 내는 박막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박막이 금속과 같은 특성을 띤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라카와는 전도성 고분자(플라스틱)를 발명하게 됩니다.
전투기 부품을 만들던 퍼시 스펜서가 전자렌지를 발명한 과정은 더욱 극적입니다. 1945년 미국의 군수기업 레이시온에서 일하던 퍼스 스펜서는 새로운 레이더 장비에 사용할 자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별로 신통치 못하면서 자석 옆에서 휴식을 취하며 주머니 속의 초콜릿 바를 먹으려 했지만 초콜릿 바가 다 녹아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펜서는 이를 그냥 재수없는 일로 넘기지 않고, 자신이 연구하던 자석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해 다른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실험을 합니다. 옥수수 알갱이들을 놓고 자석의 출력을 올리자 옥수수 알갱이들이 바로 팝콘으로 변했고, 달걀을 가져다 놓자 달걀은 터져 버렸습니다.
스펜서는 이후에도 여러차례에 실험을 거쳐 자석에서 방출되는 극초단파를 음식물에 오래 쏘게 되면 음식물의 수분의 온도가 올라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 방식을 특허를 출원해 이 특허를 자신이 근무하던 레이시온에 팔게 됩니다. 레이시온사는 1947년에 스펜서의 특허를 바탕으로 전자렌지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게 되면서 전 세계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의 실수 외에도 우연한 기회에 발명·발견된 제품이나 음식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인의 식품이 된 치즈는 고대 아라비아인들이 사막을 건너다 우연히 발명했고, 빵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은 풍랑을 만난 선장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③앗! 우연히 발명해서 '빅히트''편에서 자세히 살펴 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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